4일 펠릭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오른쪽)과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주도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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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군사 충돌로 수백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나온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르완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로 평화협정을 맺었다. 트럼프는 자원이 풍부한 이 지역에 미국 기업이 가서 희토류 등을 채굴할 수 있게 됐다며 반겼다. 그러나 정작 두나라 국경에선 협정 당일에도 총성이 울려, 실제로 평화가 정착될지는 미지수다.
아에프페(AFP) 통신과 르몽드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펠릭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과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한 뒤, 인근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트럼프 주재로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은 두 나라의 휴전 등 적대행위 중단과 군벌 무장해제, 피란민 귀한 절차, 민간인 학살 등 가혹행위 주도자들에 대한 “정의” 조처 등을 규정했다. 분쟁으로 단절돼온 지역 경제 통합을 위한 틀도 제시했다.
두 나라 앙금의 시작은 1994년 르완다 대학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르완다에서의 투치족 학살에 가담한 후투족 일부가 서쪽의 민주콩고로 도망치자, 민주콩고에 사는 투치족은 반군 활동을 벌였다. 반군은 2012년 콩고혁명군을 자처하는 엠23(M23)을 결성했고, 국경 대도시 고마를 여러차례 장악하는 등 갈등이 격화해왔다. 민주콩고는 르완다가 M23의 뒷배라고 비난한다. 반면 M23은 르완다와의 연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코발트·금·주석·희토류 등 동부 콩고의 풍부한 자원을 양쪽 모두 양보하지 않는 데다, 우간다·부룬디·앙골라·수단 등도 아프리카 각국도 끼어들면서 이 분쟁은 ‘아프리카의 세계대전’으로 불릴 만큼 복잡해졌다.
이에 노벨 평화상 수상을 노리는 트럼프는 두 나라가 자신의 주도로 화해하는 그림을 만들고자 공을 들여왔다. 미 국무부가 이번 협정 전날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를 없애고 트럼프 이름을 딴 연구소로 바꿨을 정도다.
이날 트럼프는 이 분쟁이 “1000만명 넘는 사망자를 초래한, 전 세계 가장 오래된 분쟁 중 하나”라며 “수십년 간의 폭력·유혈 사태를 멈추고 민주콩고와 르완다 사이에 새로운 조화와 협력의 시대를 열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집권 2기) 1년도 안돼서 우리가 끝낸 8번째 전쟁”이라는 자찬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두 나라와 전략 광물 개발에 협력하기 위한 양자 협정도 각각 맺었다. 트럼프는 “우리는 미국의 가장 크고 훌륭한 기업 일부를 두 나라에 보내는 데 관여할 것이고, 희토류 등 자원 일부를 채굴해 가져올 것”이라며 “우리는 대가를 지불할 것이고, 모두가 큰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월22일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엠23 반군이 민주콩고 동부 대도시 고마로 진격하자 시민들이 보트를 타고 고마를 탈출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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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상 평화협정 체결식에 나온 두 정상의 반응은 신중했다. 카가메는 트럼프의 “실용적” 중재에 감사하면서도, 합의 이행 과정에선 “오르막과 내리막(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치세케디 역시 트럼프 덕에 두 나라 관계가 “전환점”에 이르렀다며 치켜세우는 한편, 앞으로의 과정은 “매우 어렵고 힘들” 거라고 우려했다.
이는 M23과 민주콩고 정부군 및 민병대의 충돌이 격화하는 전선 상황과 무관치 않다. 아에프페는 4일 새벽 M23이 통제하는 민주콩고의 르완다 국경 인근에서 중화기와 소총 소리가 울려퍼졌다고 전했다. 이날 아침 5시30분께부터 교전이 벌어졌으며 8시30분엔 전투기 폭격까지 있었다는 현지 주민들의 제보도 있었다. M23 수중의 민주콩고 카지바 지역 행정관인 르네 추바카 칼렘비레는 전날 “많은 민가가 폭격당했고 수많은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더 큰 충돌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지 소식통들은 M23이 장갑차를 동반한 증원부대를 민주콩고 남키부주 고원 지대로 집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M23가 이 지역을 통과하면 민주콩고가 남키부에서 통제하는 마지막 대도시인 우비라를 포위하게 된다고 아에프페는 짚었다.
르몽드는 “민주콩고 동부에선 여전히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M23과 민주콩고는 (이미 지난달 15일)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 중재로 평화협정 기본합의서를 맺고 휴전을 이행하기로 했지만 이조차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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