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5일 저녁 서울 구로구 대림역 4번 출구 앞에서 민초결사대 등 극단적 보수 성향 단체가 개최한 시위의 참가자가 “화교 혜택 들어봤어? 자국민 역차별”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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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 인근에서 극우 단체의 혐중 시위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학교 앞 혐오 시위 차단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시위가 학생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명백한 혐중시위를 두고 “혐오하고 인종 차별하려고 하는 시위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5일 국회 누리집에 공개된 지난달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소위 위원들은 이날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했다. 해당 법안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5일 대표발의한 법이다. 현행법은 학교 경계로부터 200m 이내의 지역을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이나 담배자판기, 게임장, 유흥주점, 카지노 등 교육환경을 저해하는 업소의 설치를 제한하게 돼 있다. 개정안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행위 사유에 출신 국가, 출신 지역, 출신 민족, 인종과 피부색을 이유로 특정한 사람 또는 집단을 혐오·차별하기 위한 목적의 옥외 집회 및 시위를 추가하는 것을 주 골자로 한다. 최소한 학교 근처에서만큼은 극우 단체의 혐중 집회처럼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시위를 막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혐중 시위를 두고 혐오 시위가 아니라며 개정안을 반대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 공산당, 특정 나라가 우리나라에 해를 미치고 있다는 게 혐오냐. 혐오의 기준이 뭐냐”며 “적지 않은 시위들은 중국이든 특정 국가가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로 적절하지 않은 또는 매우 부적절한 국가적 손해 또는 해를 입히고 있다는 주장”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시도에 맞서서 국가가 당당하게 대응해서 국익을 지키라는 주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누구를 혐오하고 인종 차별하려고 시위를 했을까 하는 질문이 저는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서지영 의원은 “(민주당이) 중국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 대한민국 국회 입법을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몇달 사이 벌어진 혐중 시위가 반중 시위에 불과하다는 국민의힘의 주장과 이어져 있다. 그러나 최근 극우 시위대는 서울 명동과 대림동, 경기도 수원과 안산 등 이주민 집중 거주지역을 찾아가 혐오 섞인 구호를 외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민초결사대라는 극우 성향 단체는 중국계 이주민이 주로 거주하는 서울 구로구 대림동의 대림역 인근에 한 달 동안 집회 신고를 하고 같은 달 17일과 25일 혐중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화교 혜택 들어봤어? 자국민 역차별’ ‘차이나 아웃’ 등의 손팻말을 들고 “중국인은 꺼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는 해당 시위가 중국 체제에 대한 비판적 의식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을 한국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극우화된 ‘혐중’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특히 이들의 행진 범위인 대림역에서 문래역까지는 초등학교 5곳과 중고등학교 4곳 등의 교육시설이 있다.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교육장과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 시위를 멈춰줄 것을 호소하는 이유다.
지난 9월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한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학교는 혐오 없는 존중의 공간’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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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입법 취지에 공감하며, 실질적인 집행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 체계나 제한 범위 등을 규정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또한 집회·결사의 자유 등에 대한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향후 소위에서 계속 논의될 예정이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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