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기아 비전스퀘어 1층. 면적 1만5072㎡(8214평) 규모의 내부 공간에 들어서자 예스러운 디자인의 자전거부터 낯선 삼륜 자동차, 한때 ‘국민 소형차’로 불렸던 프라이드, 화려한 콘셉트카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날 창립 80주년을 맞은 기아가 자전거 제조사로 출발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 성장하기까지 이룩해 온 성과물을 전시하는 행사를 열었다.

기아의 전신인 경성정공이 1952년 생산한 국내 최초 자전거.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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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에 입장한 후 처음으로 눈에 띈 것은 자전거였다. 기아의 전신으로 1944년 설립된 경성정공이 국내 최초로 제작한 자전거인 3000리호였다.

고(故) 김철호 경성정공 창업자는 자전거 생산의 최대 관문으로 꼽히는 ‘림’을 제작하기 위해 일본에서 기술을 배웠고, 1952년 피난지였던 부산에서 국산 자전거 시제품 12대를 만들었다. 경성정공에서 기아산업으로 사명을 바꾼 것도 이때부터다. 김 창업자는 “자전거가 완성되면 자동차, 자동차를 완성하면 비행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5일 경기 용인 비전스퀘어 1층에 전시된 기아산업의 첫 삼륜차 기아마스터 K-360(위쪽)과 사륜차 브리사의 모습.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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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리호 옆에는 기아산업이 최초로 만든 삼륜차인 기아 마스터 K-360이 전시됐다. 14인치 정도로 보이는 3개의 바퀴와 푸른색 도색, 작은 트렁크에 실린 각종 박스가 눈에 띄었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이 차량은 당시 좁은 도로 환경에 맞게 설계돼 도심의 골목을 다니며 당시 시민들의 짐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전시된 삼륜차에는 나무 소재의 박스들이 적재돼 있었다.

다음에는 1974년 출시된 사륜차 브리사가 눈에 띄었다. 기아산업은 1973년 국내 첫 자동차 공장인 소하리 공장을 준공한 후 1년 만에 브리사를 만들어 출시했다. 이 차는 일본 완성차 브랜드인 마쓰다의 차량을 면허 생산한 모델이었지만, 기아산업은 출시 2년 만에 엔진까지 자체 제작해 국산화율을 89.5%까지 끌어올렸다.

브리사는 1970년대 후반 택시로 많이 활용되며 국민의 이동 수단이 됐다. 다만 김철호 창업자는 별세한 후 나흘이 지나 완성된 이 차를 생전에 보지 못했다고 한다.

5일 경기 용인 비전스퀘어 1층에 전시된 봉고(위쪽)와 PV5의 모습.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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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소상공인의 발’로 불리는 봉고도 전시돼 있었다. 초기의 봉고는 현재의 1t(톤) 트럭이 아닌 각진 승합차 형태로 제작됐다. 전시된 차량 안에는 안전모와 각종 공구 등 1980년대 봉고의 활용 방식을 보여주는 소품이 함께 자리했다.

기아가 올해 출시한 PBV(Purpose-Built Vehicle·목적 기반 모빌리티) 모델인 PV5도 봉고와 한 공간에 전시됐다. PV5 안에는 캠핑용 전등과 침구류, 노트북 등이 비치됐다. 기아는 다양한 목적에 맞게 활용이 가능한 PBV의 장점을 드러내기 위해 이같이 전시 디자인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최초의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스포티지와 기아 장수 모델 중 하나인 카니발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작업복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카니발은 기아가 현대차에 인수된 지 1년 만에 흑자 전환하고 2년 만에 법정관리를 벗어나는데 큰 역할을 한 ‘효자 모델’이다. 안내 직원은 “정 명예회장은 작업복을 입고 스포티지와 카니발의 생산 과정을 세심하게 살폈었다”고 설명했다.

5일 경기 용인 비전스퀘어 1층에 전시된 정몽구 명예회장의 작업복과 카니발 제작 과장이 설명돼 있는 모습.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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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아자동차에서 기아로 사명을 바꾼 후 첫 출시한 전동화 모델 EV6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와 함께 전시됐다. 기아가 EV6를 출시하기 전까지 포니EV부터 레이EV, 소울EV 등 전동화 모델에 도전한 과정을 담은 영상도 상영됐다.

5일 경기 용인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식에서 콘셉트카 '비전 메타투리스모'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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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이날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미래 콘셉트카인 ‘비전 메타투리스모’를 공개했다. 이 차는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 HUD)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별도의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도 차량에 탑재된 스마트 글라스를 이용해 가상의 그래픽을 실제 도로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기아 관계자는 “80년 역사를 근간 삼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이동의 본질적 가치를 구현하고 혁신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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