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완전 통합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양사는 내년 상반기에 임시 이사회를 열어 합병계약서를 체결하고 주식 교환 비율을 확정한 뒤 이르면 내년 말 단일 법인 '통합 대한항공'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다만 임금 격차 해소와 상이한 기업문화 융합이라는 '화학적 결합'은 여전히 시한폭탄 같은 뇌관으로 남아 있다. 5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통합 과정의 최대 난제는 양사 임직원 간 임금 격차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평균 연봉 격차는 3000만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임금을 대한항공 수준으로 단기간에 끌어올리기에는 수천억 원의 재무적 부담이 따르고, 방치하면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대한항공 측은 "양 조직이 융화 가능하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수립하겠다"며 "양측 노조와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상 로드맵에 대해서는 "공개하기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에선 과거 에어프랑스(프랑스)와 KLM(네덜란드)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두 항공사는 2004년에 합병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조직문화 충돌, 임금 체계 통합에 대한 노조의 극심한 반발로 완전한 통합에 실패했으며 여전히 별도 브랜드와 운영 체제를 유지하는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노조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법적으로만 하나일 뿐 실제로는 둘로 쪼개진 '무늬만 통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기술(IT) 시스템 통합 또한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다. 과거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털항공 합병 당시 예약·마일리지·운항 관리 시스템을 같은 날 한꺼번에 통합하려다 '은퇴한 파일럿'에게 비행 스케줄이 배정되는 등 황당한 오류가 속출했다. 이에 따라 유나이티드항공은 2010년대 중반까지 '최악의 항공사'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교훈 삼아 신중론을 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빅뱅 방식(일괄 통합)이 아닌 단계적·순차적 방식을 채택해 오류 위험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기본 원칙은 대한항공 시스템을 기준으로 아시아나 데이터를 이관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조직 통폐합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 역시 변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원칙은 확고하다"며 "일부 중복 인력은 자연 감소와 부문별 재배치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무리한 구조조정이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2010년 합병한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털항공은 통합 초기에 비용 절감을 위해 숙련된 인력을 대거 내보내고 저임금의 비숙련 인력을 채용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통합을 상징하는 브랜드 작업은 물리적 시간과의 싸움이다. 양사는 통합 시점에 맞춰 전 임직원이 착용할 신규 유니폼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디자인이나 발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항공기 도색은 물리적 한계로 인해 통합 출범 시점까지 완료가 불가능하다. 도색 작업에만 2주에 1대꼴이 소요돼 아시아나항공기를 모두 대한항공 색으로 바꾸는 데에는 합병 후에도 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항공사의 합병 성공과 실패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델타항공과 함께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안전 운항을 최우선으로 두면서도 임직원과 고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성공적인 통합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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