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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초콜릿부터 위스키까지… 세대불문 열어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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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주말]

    설렘으로 채우는 연말

    ‘어드벤트 캘린더’ 인기

    조선일보

    생활용품점 다이소에서 판매한 집 모양 어드벤트 캘린더. 작은 서랍에 선물을 넣을 수 있게 한 DIY 키트로, 가격은 5000원. 조기 품절됐다. /아성다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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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하남에 사는 직장인 강모(40)씨는 지난달 달력 3개를 샀다. “아들은 레고, 아내는 초콜릿, 저는 커피로 골랐어요.” 그가 산 것은 내년 달력이 아닌, 12월 1일부터 24일까지만 표기돼 있는 ‘어드벤트 캘린더(Advent Calendar)’였다. 강씨 가족은 이달 들어 매일 각자의 달력 날짜 칸의 문을 하나씩 열며 하루를 시작한다. 강씨는 “아침마다 ‘뭐가 들었을까’ 하며 열어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새 어드벤트 캘린더가 새로운 연말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대개 12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이어지는 이 달력은 날짜마다 작은 문이 달려 있는 입체 상자 형태로 돼 있다. 문 속에는 초콜릿·장난감 등이 들어 있는데, 매일 하나씩 열어보며 성탄절을 기다리는 것이다. 어드벤트 캘린더의 뿌리는 19세기 독일에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던 4주간의 대림절(待臨節·Advent) 풍습에 있다. 당시 개신교 가정에서는 분필로 날짜를 적거나 초를 켜며 성탄절까지 카운트다운했다. 이 풍습을 20세기 초 출판업자 게르하르트 랑이 날짜마다 작은 문을 열어 안에 있는 그림을 보는 달력 형태로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어드벤트 캘린더는 2차 대전 직후 세계로 퍼졌고, 20세기 중반 초콜릿 등 간식이 담긴 상자형 달력이 대중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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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드벤트 캘린더'란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게시물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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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는 10년 전만 해도 낯선 문화였다. 구하려면 해외여행 중 사 오거나 직구에 의존해야 했다. 2020년대 초반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이 퍼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이후 유통업체들이 해외 브랜드 제품을 들여왔고, 국내 브랜드들도 자체 상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구글 트렌드와 네이버 데이터랩 분석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어드벤트 캘린더’ 국내 검색량은 2020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인스타그램에는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이 3만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어드벤트 캘린더의 주고객층은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이다. 일부 엄마들 사이에서는 연말 필수품이 됐다. 유치원생 딸을 둔 주부 이모(35)씨는 “작년에는 초콜릿이 든 달력을 샀는데, 올해는 피규어가 든 걸로 골랐다”며 “아이가 (달력) 문을 열 때마다 즐거워하고, 집안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킨더·린트 같은 초콜릿 브랜드부터 오리온·롯데제과 등 제과업체, 레고·플레이모빌 같은 장난감업체 등은 다양한 아동용 어드벤트 캘린더를 내놓고 있다. 레고는 올해 6종의 어드벤트 캘린더를 포함해, 24개의 봉지에 레고 블록이 담겨 있는 상품들을 여럿 출시했는데, 국내에서 주요 제품들이 조기 품절됐다. 출판사 어스본은 작은 그림책 24권이 든 어드벤트 캘린더 책을 판매 중이다. 맘카페에는 “올해 어떤 캘린더를 샀느냐” 등의 질문부터 “하루 하나씩만 뜯어야 해서 자제력도 느는 것 같다” 등의 후기가 이어진다. 직접 만드는 이들도 많다. 큰 판지에 작은 상자들을 붙이고, 상자 안에 간식이나 장난감을 넣는 식이다. 시중에는 어드벤트 캘린더 DIY 키트 상품도 다수 판매된다. 워킹맘 박모(38)씨는 “가족이 다 함께 간식·용돈·편지·소원권 등을 넣어서 어드벤트 캘린더를 만들었다”며 “매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상자를 여는데, 다들 재밌어한다”고 말했다.

    어드벤트 캘린더의 매력에 빠진 어른들도 적지 않다. 회사원 이모(29)씨는 핸드크림과 비누 등이 담긴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의 어드벤트 캘린더를 구매했다. 그는 “연말이 되면 괜히 쓸쓸한데, 크리스마스까지 매일 하나씩 선물 받는다고 생각하니 설렌다”고 했다. 자영업자 류모(40)씨는 연말 지인들에게 돌릴 선물로 커피가 담긴 어드벤트 캘린더를 준비했다. “작년에도 선물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어른을 위한 캘린더는 종류도 다채롭다. 화장품·향수·주얼리·커피·잼·치즈·양말·책 등을 포함해, 맥주·와인·위스키 같은 주류 캘린더, 반려동물 간식 캘린더까지 등장했다. 샤넬·디올 등 명품 브랜드는 미니어처 향수 등을 담은 상품을, 신라호텔은 객실 숙박권, 기념 굿즈 등을 담은 상품을 내놨다. 가격은 1000원(다이소 DIY 키트)에서 660만원(생 로랑 리브 드루아트 한정판)까지 폭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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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판매된 디올의 어드벤트 캘린더로, 가격은 99만원이다. "캘린더 내부에 자리한 24개의 공간에는 향수, 메이크업, 스킨케어 제품, 캔들 등 다양한 아이템이 담겨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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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드벤트 캘린더의 인기는 ‘재미’에서 비롯된다. 어디에 어떤 상품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무작위성이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작은 이벤트를 만든다는 것. 여기에 ‘하루 한 칸’이라는 루틴이 주는 안정감, 소셜미디어상 언박싱(unboxing) 콘텐츠 유행 등이 더해지며 인기를 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많은 소비자에게 어드벤트 캘린더는 매년 기다려지는 존재가 됐다”며 “작은 사치 문화와 가성비를 챙겼다는 느낌이 맞물리면서, 스스로에게 건네는 연말 선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판과 우려도 나온다. “상술로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는 것” “화려한 포장에 비해 내용물은 빈약하다” “과대 포장으로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 등이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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