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토론은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하는 소수당의 마지막 저항 수단이다. 말만 ‘무제한’일 뿐 실제로는 24시간이 지나면 다수당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180명) 찬성으로 언제든 종결시킬 수 있다. 민주당이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그 24시간마저 참지 않겠다는 법안을 낸 것이다.
무제한 토론 사회도 국회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이 볼 수 있게 했다. 여당 출신 의장의 ‘체력적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라고 한다. 한마디로 무제한 토론을 하면 의장에겐 아무 부담이 없고 야당만 고생하게 된다. 소수당에 대한 ‘갑질’ 법안이다.
무제한 토론은 밤새 진행되기 때문에 의원들이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다. 야당의 발언 기회를 최소화하려고 여당 의원들도 신청하는 등 제도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이 제도를 두는 것은 결국 다수결로 가더라도 소수의 의견을 듣는 과정만이라도 남겨둬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 때문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 상원에 필리버스터 종결 의결 정족수를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여당인 공화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젠가 상대가 다수당이 될 경우 자신들이 견제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2년 국회 선진화법과 함께 무제한 토론이 부활하자 ‘의회 독재를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반겼다. 그랬던 사람들이 다수당이 되자 소수당의 입을 막으려 한다. 참으로 졸렬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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