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티넷은 8일 '2026 사이버 위협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 포티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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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티넷은 8일 발간한 ’2026 사이버 위협 전망 보고서’에서 “사이버 범죄가 인공지능(AI)·자동화·전문화 기반의 조직화된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에는 위협 인텔리전스를 얼마나 빠르게 실행하는지 여부가 공격과 방어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AI와 자동화, 성숙 단계에 이른 사이버 범죄 공급망으로 인해 침해 과정이 급속도로 단축되면서 공격자들은 새로운 도구를 만드는 대신 이미 효과가 입증된 기법을 자동화하고 고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AI 시스템은 정찰·침투 가속·데이터 분석·협상 메시지 생성 등 공격 단계를 광범위하게 자동화하고 다크웹에서는 최소한의 개입만으로 일련의 공격 절차를 수행하는 자율형 범죄 에이전트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공격자의 처리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과거 몇 건의 랜섬웨어만 운영하던 사이버 범죄자들이 수십 건의 공격을 병렬 실행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침해 발생부터 실제 피해까지 걸리는 시간도 며칠에서 몇 분 단위로 단축되고 있다. 포티넷은 이런 공격 속도가 2026년 조직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사이버 범죄 운영을 지원하는 전문 AI 에이전트의 존재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는 “이들은 아직 완전한 자율성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자격 증명 탈취, 횡적 이동, 데이터 수익화 등 공격 체인의 핵심 단계를 자동화하며 조직적 범죄 활동을 정교하게 뒷받침하고 있다”며 “나아가 AI는 탈취된 데이터의 분석, 피해자 우선순위 산정, 개인화된 협박 메시지 생성까지 수행해 데이터가 디지털 통화처럼 빠르게 금전적 가치로 전환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지하 범죄 시장 역시 더욱 구조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산업·지역·시스템 환경에 맞춘 맞춤형 접근 권한 패키지가 확산되고, 데이터 보강과 자동화를 통한 거래 정교화가 이뤄지면서 사이버 범죄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포티넷은 이런 변화 속에서 조직이 ‘머신 속도 방어(machine-speed defense)’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머신 속도 방어는 위협 인텔리전스 수집·검증·격리 과정을 연속적으로 자동화해 탐지와 대응 시간을 ‘시간 단위’에서 ‘분 단위’로 압축하는 운영 모델이다.

또 조직 내부에서 AI 시스템·자동화 에이전트·머신 간 통신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비인간 아이덴티티(Non-Human Identity)’ 관리가 보안 운영의 새로운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은 물론, 자동화된 프로세스와 기계 간 상호작용까지 인증·통제해야 대규모 권한 상승과 데이터 노출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티넷은 2027년이면 사이버 범죄가 글로벌 합법 산업에 버금가는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격자들은 다수의 AI 에이전트가 군집처럼 협력하는 스웜(swarm) 기반 자동화를 활용해 방어자 행동에 적응하며 공격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AI·임베디드 시스템을 겨냥한 공급망 공격도 더욱 정교해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속도와 규모가 앞으로의 10년을 규정할 것”이라며 “인텔리전스와 자동화, 보안 인력의 역량을 하나의 반응형 체계로 통합한 조직만이 미래 위협 환경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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