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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AI 펀더멘털 탄탄, 거품 아니다… 설비투자 슈퍼사이클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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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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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닷컴 버블 시기에는 수요에 비해 투자가 훨씬 과도하게 집행됐고, 확장성을 갖추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이 많았다. 버블 붕괴 후 수년이 지나서야, 광고·소셜미디어(SNS)·전자상거래(이커머스) 등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하면서도 효율적인 모델이 자리 잡았다. 지금은 보다 견조한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이 인터넷 기반의 성장 구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사업 기회까지 열고 있다.” 조너선 커티스 프랭클린 에쿼티 그룹 부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의 AI 투자 붐과 과거 닷컴 버블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커티스 부사장은 커리어 초반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통합 테스트 엔지니어로, 현재는 투자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30년 넘게 테크 섹터에 몸담아 왔다. 2008년 프랭클린 에쿼티 그룹에 합류해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및 통신 장비 섹터 담당 주식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으며, 프랭클린템플턴 합류 이전에는 4년간 증권사에서 통신 장비 섹터 리서치를 담당했다.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AI 분야에 대한 과잉 투자로 ‘제2의 닷컴 버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프랭클린 에쿼티 그룹은 프랭클린템플턴 산하 자산운용사로, 1390억달러(약 205조원)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본사는 실리콘밸리에 속한 캘리포니아주 산마테오에 있다. 글로벌 혁신의 중심지에 뿌리를 두고 있는 운용사답게,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친 성장과 혁신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선비즈

    조너선 커티스 - 프랭클린 에쿼티 그룹, 부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미국 런셀러공과대 전기공학, UC 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현 프랭클린 테크놀로지 펀드 대표 포트폴리오 매니저, 전 노텔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개발 담당 매니저 /프랭클린 에쿼티 그룹




    AI 분야에 엄청난 액수의 자금이 몰리면서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거품으로 보지 않는다. 펀더멘털이 충분히 탄탄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소비자 부문에서 생성 AI(Generative AI)는 이미 주간 활성 이용자(WAU) 10억 명 이상을 확보했고 구독형 모델을 중심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커머스·광고·교육·SNS 등 이미 검증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이 AI 기반으로 재해석되면서 수십억~수백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기업 관련 부문은 어떤가.

    “거버넌스(기업 지배구조) 및 조직 전환 관리상 부담으로 인해 도입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 서비스, 물류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는 이미 활용 사례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앞서 언급한 제약이 점차 완화되면서, 전체 시장 규모(TAM)가 50조달러(약 7경3540조원)에 이르는 지식 근로자 시장의 일부가 개방되고 과학 연구 같은 분야에서도 새로운 효율성 향상과 혁신을 이루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피지컬 AI(Physical AI·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물리적 형태가 있는 AI) 적용 확대도 고무적이다. 특히 미국과 아시아 전역의 물류 및 로보택시(Robotaxi·자율주행 택시) 시장에서 AI 도입이 늘고 있다.”

    일부 영역에서 투자가 과열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지금 상황을 AI 연산(컴퓨팅) 수요가 이끄는 ‘설비투자(CAPEX) 슈퍼사이클(초호황기)’로 본다. 이 사이클의 지속성은 생산성 개선과 신중한 자본 배분의 뒷받침 여부에 달려 있다. 닷컴 버블 때와는 달리, 현재 기업이 성장을 뒷받침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재무적 위험을 떠안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전반적인 밸류에이션은 닷컴 버블 시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합리적인 수준이다. 현재 대부분 AI 선도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 중반 수준으로, 2000년대 초반의 극단적 밸류에이션보다는 현저히 낮다.”

    구체적으로 닷컴 버블 당시 상황과 어떻게 다른가.

    “1990년대 후반에 엔지니어로 근무했기 때문에 지금의 AI 붐이 닷컴 버블 시대와 어떻게 다른지 잘 이해할 수 있다. 닷컴 버블 시기에는 수요에 비해 투자가 훨씬 과도하게 집행됐고, 확장성을 갖추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이 많았다. 버블 붕괴 후 수년이 지나서야, 광고·SNS·이커머스 등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하면서도 효율적인 모델이 자리 잡았다. 지금은 보다 견조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AI가 인터넷 기반의 성장 구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사업 기회까지 열고 있다. 1990년대에 광섬유에 과도한 투자가 이뤄졌던 것과 달리, 현재는 인프라 과잉이 없고 심지어 구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선도 기업의 밸류에이션 역시 훨씬 더 합리적이며 대부분 이해 가능한 수준의 멀티플(밸류에이션 지표)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기 과열 국면이 아니라 오히려 구조적인 AI 연산 수요와 신중한 자본 배분 그리고 실제 생산성 개선이 견인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사이클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도 오픈AI가 향후 8년간 총 1조4000억달러(약 2041조2000억원)를 AI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한 건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일부 AI 기업이 매우 야심 찬 계획을 내놓은 건 맞다. 무엇이 실현 가능한지 그리고 무엇이 과도하게 낙관적인지 잘 구분해야 한다. 프랭클린 에쿼티 그룹의 판단 기준은 세 가지다. 실제 수요로 이어지는 현실적인 경로가 있어야 하며 투입 자본에 걸맞은 수준의 수익성이 확보될 수 있어야 하고 전력 수급·ROI(투자대비수익률) 등의 펀더멘털이 투자를 지속할 만큼 충분해야 한다. 이 같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자본은 유입되지 않을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AI 연구소는 기술 분야의 가장 큰 이익 풀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으며, 이미 초기 단계의 성과도 확인되고 있다. 수익 측면에서는 알고리즘 혁신이 앞으로도 지속돼 AI 효율성을 더 높이고 기존 전제를 뒤흔들면서 인프라 수요 자체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기초 모델 개발’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현실에서의 적용’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두 영역은 함께 진화해 갈 것이다.”

    AI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소비 지출 여력이 줄면서 자산 가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특히 코딩, 고객 서비스, 물류 분야의 고용에서 AI 기술이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흐름이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여기에 인간이 적응해야 할 것으로 본다.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의 가치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반복 업무의 자동화를 통해 확보한 시간을 AI 모델이 대체하기 어려운 창의적이고 복잡한 문제 해결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인간 대(對) AI’가 아닌 ‘인간+AI’의 구조가 될 것이다. 조정 과정은 불가피하지만, 역사적으로 기술 전환은 결국 새로운 기회와 함께 부가가치가 더 큰 업무를 만들어왔다.”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인 양 꾸며내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 등 문제도 여전하다. 고도의 자동화와 최적화를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AI 기술이 언젠가 보편화 할 것으로 보나.

    “가능하다고 본다. AI 기술은 더 높은 수준의 추론·판단·자율적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완전히 새로운 혁신의 지평을 열고 있다. 이미 장시간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추론(reasoning)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적절한 학습과 보상을 거치면 이들은 단순한 최적화를 넘어서 통찰력 있는 인사이트를 만들어내고, 나아가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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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지컬 AI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간 등 자율 시스템이 실제 물리 세계에서 사물을 인지하고 이해하며 복잡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의 기조연설에서 강조하면서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da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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