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연구원, 동물 실험 통해 규명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코로나19 감염 후 보고되는 집중력·기억력 저하 등 인지 장애의 원인을 동물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실험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S1)을 쥐의 코에 투여하고 이후 쥐의 행동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코로나 감염 후 기억력 저하 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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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투여한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새로운 길을 배우고 찾아내는 학습·기억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낯선 공간에서 불안 행동이 늘어나 코로나19 감염 후 나타나는 인지 저하와 유사한 양상도 관찰됐다.
쥐의 이런 변화는 코로나19의 S1 단백질이 뇌에 도달해 신경세포 간 연결(시냅스) 기능을 방해하고 ‘NMDA 수용체’ 유전자 발현을 감소시키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NMDA 수용체는 뇌에서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과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S1은 혈액 및 뇌 조직에서 감염 후 수개월 이상 존재할 수 있으며, 신경세포 기능 저하 및 퇴행성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질병청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최소 7억7000만명 중 약 20∼30%가 피로, 기억력·집중력 저하 등의 지속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증상은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인지 장애 치료를 위한 과학적 근거도 처음으로 마련했다. 연구진은 같은 조건에서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함께 투여했을 때 신경세포 기능이 회복되고 독성 단백질 축적이 줄어드는 효과를 관찰했다. 메트포르민은 이미 널리 사용되는 당뇨병 치료제다.
연구를 주도한 고영호 국립보건연구원 박사 연구팀은 “임상 연구를 통해 메트포르민을 집중력·기억력 저하 등 만성 코로나19 증후군 치료제로 쓸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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