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모델이 2025년형 ‘네오 QLED 8K’ TV를 시청하고 있다./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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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프리미엄 제품’의 대명사처럼 여겨진 8K TV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주요 제조사들이 점차 8K TV 신제품 출시를 중단하면서 시장에 사실상 삼성전자만 남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확산에도 ‘초고화질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8K협회’(8K Association) 위상도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8K(7680×4320)는 FHD(1920×1080)보다 16배, 4K(UHD·3840×2160)보다 4배 더 선명한 화질을 말한다. 최소 3300만 화소를 갖춰야 8K TV로 불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4K 방송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으나, 여전히 편성 비율이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4K 전국망 구축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외 OTT 역시 콘텐츠 대부분을 FHD로 지원하고, 일부만 4K를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4K도 안착하지 못한 상황인데, 제조사들이 신규 수요를 창출하려 8K를 너무 일찍 내놓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FHD, 4K, 8K 화질 비교./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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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익 없어”… 8K협회 탈퇴하는 기업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8K 생태계 확산을 위해 설립부터 운영까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협의체인 ‘8K협회’ 회원사는 현재 19곳에 그친다. 2022년 7월까지만 하더라도 회원사는 33곳이었다. 최근 2년 사이 8K TV 시장이 축소되면서 대규모 이탈을 겪었다.
이 기간 하이센스·TCL·창홍·TPV 등이 탈퇴하면서 현재 8K협회에는 TV 제조사로 삼성전자·파나소닉만 남았다. 삼성디스플레이·BOE·이노룩스·CSOT 등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도 모두 이탈하고 AUO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콘텐츠 제작사로 함께하던 아마존·프레임스딜러나, 기술·장비 분야에서 협력하던 텐센트·하모닉·아스트로 등도 8K협회를 나갔다.
8K협회는 지난 2018년 8K TV를 선보인 삼성전자가 설립을 주도한 단체다. 2019년 열린 CES를 계기로 발족한 뒤 8K 규격 확립과 관련 인증 확대 역할을 해왔다. 초대 8K협회장도 천강욱 당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이 맡았다. 지금도 빌 만델 삼성리서치 아메리카 상무가 8K협회장 역할을 하고 있다.
TV 업계 관계자는 “8K협회 회원사 자격을 유지하려면 최소 3000달러(약 450만원)에서 최대 2만달러(약 3000만원)를 연회비로 내야 하는데 실익이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며 “활동도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들어 ‘유명무실 집단’으로 불린 지 꽤 됐고, 8K TV·콘텐츠 사업을 하지 않는 기업도 늘어 최근 이탈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7월(왼쪽)과 2025년 12월 8K협회 회원사 목록./8K협회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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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홀로 남은 국내 8K TV 시장
8K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문을 열고 LG전자·소니 등이 진입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아왔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019년 초 조사에서 8K TV 연간 출하량이 33만8000대에서 시작해 2021년에는 372만5000대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실상은 달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8K TV 출하량은 2022년 38만6800대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21만4400대로 감소하더니 작년에는 13만6800대로 줄었다. 전체 시장에서 8K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0.1% 수준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8K TV 시장이 기대와 달리 성장하지 못한 이유로 시장 형성 초기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콘텐츠 부족’을 꼽는다. 실제로 8K 화질을 꽉 채울 영상 제작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TV 수요도 함께 감소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은 이에 대응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FHD·4K 등 저화질 영상을 8K로 자동 개선해 주는 ‘업스케일링’ 기술을 TV에 탑재했다. 다만 실제 화질 개선 효과는 크지 않아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디스플레이학과 교수는 “업스케일링은 화소 정보값이 없는 부분을 AI가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 자동으로 채워주는 기술인데, 실제 눈으로 보기엔 선명도 측면에서 큰 이득이 없다”며 “과거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으로 불린 프리미엄 TV 시장 ‘성공 공식’도 최근 깨지면서 초고화질에 대한 수요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선 2023년부터, 액정표시장치(LCD)에선 2024년부터 8K TV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전에 출시한 8K TV 라인업 제품의 판매는 유지하고 있지만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도 유일한 8K TV 모델(브라비아 Z9K 시리즈)의 생산을 올해부터 중단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네오(Neo)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 신제품 라인에 8K를 포함했다. 이 라인에서 8K TV는 총 5개 모델로, 두 시리즈(QNF990·QNF900)에서 3개 크기(98·85·75)로 구성된다. 98형 8K TV의 가격은 5040만원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제조사에서 출시한 비슷한 크기의 4K TV는 300만~500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다. 프리미엄 기능을 갖춘 제품도 대부분 1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콘텐츠 화질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만큼 8K TV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jdy2230@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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