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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오늘과 내일/장택동]‘죽은 권력’은 특검이, ‘산 권력’은 경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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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장택동 논설위원


    “특검이 끝나더라도 특별수사본부든 뭐든 꾸려서 계속 수사해야 될 텐데. 과연 이 정부가 하는 게 바람직할까.… 엄청난 정치적 논란이 벌어지겠죠.”(3일 이재명 대통령) “특검이 마무리 못 한 사건은 국가수사본부에 이첩될 예정인데, 그러면 이재명 정부의 수사기관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문제 삼으며 국민의힘이 계속 흔들어 댈 것입니다.”(1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이른바 ‘2차 종합특검’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다. 특검법에는 ‘3대 특검’이 마무리하지 못한 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넘기게 돼 있다. 하지만 행정부 소속인 경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수사를 맡으면 공정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므로 새로 특검을 구성해 수사해야 한다는 게 여권의 논리다.

    2차 특검은 전례가 없는 일이고 특검을 운영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 인력 차출에 따른 검경의 업무 부담 증가, 6개월간의 3대 특검이 끝나자마자 또 특검이 이어지는 것에 국민이 느낄 피로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새로 특검을 도입해야겠다면 경찰보다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불거진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된 특검의 수사를 보면 ‘과연 특검이 더 공정한가’라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든다.

    특검의 공정성 의심케 한 통일교 수사

    특검은 8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로부터 여야 정치인 5명과 접촉했다는 진술을 받았는데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전직 여야 의원 2명에게는 수천만 원씩 금품을 전달했고, 다른 현직 장관과 국민의힘 의원에겐 금품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특검은 ‘수사 범위가 아니다’라며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다. ‘별건 수사’라는 지적에도 국토교통부 간부의 뇌물 사건 등까지 파헤쳤던 김건희 특검이 유독 이 사안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이다.

    특검은 윤 씨의 진술 대상에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 정치인도 2명 포함돼 있으므로 “편파 수사란 말은 성립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의혹의 수위와 구체성, 인물의 무게로 볼 때 수사가 진행됐더라면 가장 주목받았을 사람은 3선 현역 의원이자 진술 당시 현직이던 전 전 장관이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특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검이 8월 윤 씨의 진술 직후 수사에 나섰다면 야권에 초점이 맞춰졌던 특검 정국의 흐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특검이 사건을 뭉개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만하다.

    이제 통일교 의혹 수사는 경찰로 이첩됐다. 2차 특검이 성사되고 통일교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할지, 아니면 별도의 ‘통일교 특검’을 만들지 등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로선 여당에서는 통일교 특검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12일 민주당 박수현 대변인)고 하니 주로 윤석열 정부 인사들이 연루된 3대 특검의 남은 수사는 2차 특검이, 여권 인사가 포함된 통일교 사건은 경찰이 계속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

    與, 특검 도입 원칙·기준부터 확립해야

    원래 ‘특별검사’는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검경이 제대로 수사하는 게 특별히 어려운 사건을 맡기려고 만드는 것이다. ‘죽은 권력’은 특검이, ‘산 권력’은 경찰이 맡는 건 아이러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권이 특검 도입의 원칙과 기준부터 확실히 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기어이 2차 특검을 하겠다면 통일교 의혹도 특검이 수사하는 게 형평성 측면에서 그나마 낫다고 본다. 다만 특검의 중립성을 담보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먼저다. 공정성이 의심받는 특검이라면 어떤 특검이든 안 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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