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독일과 한국의 BESS 현황 및 전망을 다룬 공동 연구를 주도한 소피아 레안드라 빈츠 아델피 에너지정책 컨설턴트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규모 BESS는 단순 저장을 넘어 그리드 안정화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며 “BESS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극복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탈탄소화가 글로벌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BESS가 에너지전환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유럽연합(EU) 내에서 ESS 시장과 산업 모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국 정부 후원을 받아 작성된 보고서는 두 나라 모두 에너지전환에서 BESS의 중요성을 인식하지만, 정책 및 시장구조에서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기술 표준 협력과 전문가 교류를 통해 공동 목표를 달성할 것을 권고했다. 빈츠 컨설턴트는 “BESS는 탈탄소화 가속기”라며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이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피아 레안드라 빈츠 - 아델피 에너지정책 컨설턴트독일 흐로닝겐국립대 국제관계학, 웁살라대 지속가능발전학 석사, 전 에너지감시그룹 프로젝트 어시스턴트 /사진 소피아 레안드라 빈츠 |
독일에선 BESS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독일에서 BESS는 국가 에너지전환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고 있다. BESS는 주로 부가 서비스, 즉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동 시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는 주파수 제어, 전압 조절, 단기 예비 전력 등 필수적인 전력망 안정화 기능을 제공한다. 수 밀리초 내에 수급 불균형에 대응함으로써 전력망 안정성을 확보하고 변동성이 큰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보급률을 높인다.”
독일은 BESS를 얼마나 확대할 계획인가.
“독일은 2037년까지 24GW, 2045년까지 43~54GW 규모의 대규모 저장 설비 구축을 목표로 한다. 2030년까지 185억유로(약 31조6000억원)를 투자해 국내 생산을 강화하고 수입의존도를 낮추고자 한다. 이런 확장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서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망으로 전환을 반영하며, 유연성과 안정성을 위해 BESS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BESS는 독일에 왜 유용한가.
“BESS는 태양광·풍력발전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전력 시스템을 더욱 유연하고 안정적이며 회복력을 갖게 해준다. 재생에너지원은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크다. BESS는 전력 생산이 수요를 초과할 때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부족 시 방전하는 방식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이런 기능은 계통 주파수의 안정화, 수급 균형 조정,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대 수요 감소에 기여한다. 특히 대규모 시스템은 그리드 변동에 밀리초 단위로 대응해 기존 화력발전소가 유연성을 제공하던 영역에서 안정성을 보장한다. 주파수 제어와 전압 조절 같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전을 막는다. 가상 송전 자산 역할을 통해 불필요한 송전선 확장을 할 필요도 없다. BESS는 재생에너지의 가용성을 높여 차익 거래를 통한 시장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전력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낮춰 경제적 기여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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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BESS 산업은 중국과 미국이 주도한다. 독일과 유럽에도 기회가 있나.
“중국과 미국이 제조 규모 우위를 보이지만, 유럽은 규제에서 선도적 역할을 한다. 2023년 8월 시행 EU 배터리 규정(EU 2023/ 1542)은 고정형 저장 포함 배터리 수명 주기를 포괄하는 세계 최초 프레임워크다. 2024~2027년 탄소 발자국 공개, 성능·내구성기준, 안전 관리 의무로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다. 이는 독일 BESS 성장을 뒷받침하며, 글로벌 제조사의 환경 기준을 높일 전망이다.”
BESS 사업이 규제와 기술 한계를 넘어 수익성이 유지될까.
“높은 초기 자본 지출과 불확실한 수익 창출은 여전히 주요 장벽으로 남아 있다. 태양광발전량과 최대 수요 간 격차가 덜 나타나는 비(非)선벨트(미국 남서부의 햇빛이 잘 드는 지역)에서 수익성은 순수한 에너지 차익 거래보다 보조 서비스 시장(주파수 안정화 예비력, 전압 제어, 계통 균형) 참여에 더 의존한다. 여기서 규제의 명확성이 핵심이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BESS의 시장 접근이 이중과세, 계통 이용료 규정, 유연성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 등으로 인해 종종 저해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독일 연방네트워크청(BNet-zA)의 최근 개혁으로 BESS가 균형 시장에서 완전히 경쟁하고 계통 안정화 서비스에 대해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다른 비선벨트에서도 모방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본다.”
BESS 사업에서 위험 요소가 있다면.
“독일에서 심각한 문제는 전력망 접근성이다. 정격 용량 1MW(메가와트) 이상의 저장 시설에 대한 연결 요청은 현재 총 720GW 이상을 차지한다. 이미 승인된 전력망 연결은 최소 78GW에 달한다. 그러나 독일 에너지·수자원협회(BDEW)는 중복 신청이나 투기적 요청으로, 최소 50%는 실제로는 연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계통 연결 신청이 소위 ‘선착순 원칙’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에너지 인프라의 성장을 지연시키고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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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BESS 확대를 위해 어떤 개혁을 시행하고 있나.
“독일 경제·에너지부 카테리나 라이헤 장관은 대형 BESS 계통 연계 절차 변경을 발표했다. 현재 BESS는 발전소 전력망 연결 규정(KraftNAV)에 따라 가스·석탄 발전소처럼 취급되는데, 이는 부적합하다. 라이헤 장관과 연방상원(Bundesrat)은 올해 말 BESS 제외를 추진 중이다. 시행 시 에너지경제법(EnWG)으로 전환돼 재생에너지 규정에 가까운 간단·신속 허가, 배터리 소비자·공급자 지위 명확화, 중복 감소가 이뤄진다. 의회 통과는 불확실하지만, 성공하면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 2029년 말까지 이용료를 면제해 투자 안정성도 확보했다.”
한국과 독일은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 과제는 개별적으로 해결해야겠지만, 운영·수명 관련 기술 과제에서 협력이 유익하다. 공동으로 안전 기준, 인증 체계 개발, 공급망·재활용 강화로 지속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독일의 규제 개혁과 투자 촉진 모델을 한국에 공유하면 양국 BESS 확대에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
Plus Point
중국 전 세계 BESS 주도, 미·EU·아태도 성장 중
글로벌 배터리 BESS 시장은 재생 에너지 통합과 정부 정책에 힘입어 2025년에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조사 기관마다 달라 326억3000만달러(약 48조원)에서 766억9000만달러(약 113조원)로 편차가 크다. 컨테이너 방식의 배터리 설치가 눈에 띄게 늘었고 중국이 전 세계 설비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큰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태 선임기자(kunt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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