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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광고판 욕심에 집토끼 잃을 뻔"…카카오톡, 3개월 만에 친구탭 롤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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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정 기자]
    디지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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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카카오가 지난 9월 단행했던 카카오톡 '친구탭' 개편을 '선택형'으로 전환하고 15일을 기점으로 기존 '리스트형(목록)' 방식으로 복귀한다. '메신저의 SNS화'를 통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 했으나 이용자들의 극심한 피로감과 반발에 결국 3개월 만에 '롤백(원상복구)' 한 것이다.

    ◆15일부터 '전화번호부' 카톡 복귀… 논란의 피드는 '선택형' 분리

    카카오는 15일부터 카카오톡 친구탭 업데이트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첫 화면을 개편 이전의 리스트형 친구 목록으로 우선 배치하는 것이다. 지난 9월 업데이트 당시 도입됐던 격자형 피드(프로필 변동 내역)는 별도의 '소식' 탭이나 메뉴로 분리된다.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좌측 상단의 '탭인탭(Tab in Tab)' 구조 등을 통해 이용자가 원할 때만 피드형 게시물을 확인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는 월간활성이용자(MAU) 5000만명에 육박하는 카카오톡 특성상 업데이트 배포에 수일이 소요될 예정이며, 사용자별로 적용 시점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욕먹어도 체류 시간은 늘었다… 확인된 '록인' 효과

    카카오가 불과 3개월 만에 전략을 수정한 주된 원인은 '메신저 본질'과 '수익화 의도'의 충돌에 있다. 당초 카카오는 친구탭을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피드형으로 개편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자연스럽게 광고 노출 빈도(인벤토리)를 높이려는 목적을 가졌다.

    그러나 이는 '필요 기반' 관계가 다수인 카카오톡의 특성을 간과한 패착이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업무상 알게 된 거래처 사람이나 직장 상사의 사생활까지 강제로 봐야 하느냐"는 불만이 폭주했다. 앱 마켓 평점이 1점대로 추락하고 '자동 업데이트를 막는 방법'이 공유될 정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결국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가 공급자 중심의 UI 변경을 통해 트래픽을 강제하려 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친구의 일상 공유'를 콘텐츠로 정의했지만, 이용자는 이를 '정보 공해'이자 '피로도'로 인식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카카오톡의 지배력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와이즈앱·리테일 분석에 따르면 개편 직후인 10월 카카오톡의 MAU는 4797만명으로 8월 대비 0.4% 감소하는 데 그쳐 사실상 이용자 이탈은 없었다.

    오히려 카카오가 의도했던 체류 시간 증대 효과는 일부 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친구탭과 숏폼 전용 '지금탭'의 체류 시간은 3분기 평균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역시 이용자 체류 시간이 개편 전 24분대에서 26분대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데이터는 역설적으로 카카오톡의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를 방증한다. 이용자들이 개편에 극심한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대체재 부재와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서비스를 떠나지 못하고 머물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카카오 경영진이 롤백을 결정한 것은 당장의 지표 하락 때문이 아니라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 향후 신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UI'에서 'AI'로… 수익화 전략 궤도 수정

    친구탭의 리스트형 복귀로 인해 피드형 UI를 전제로 설계했던 광고 수익 모델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리스트형 화면은 피드형 대비 광고 노출 지면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이미 광고주에게 어필했던 피드형 광고 효과가 감소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UI 강제 개편 대신 'AI 서비스'를 통한 자연스러운 체류 시간 증대와 수익화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지난 10월 출시한 '챗GPT 포 카카오'는 별도 앱 설치 없는 편의성을 앞세워 출시 10일 만에 이용자 2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이용자 1인당 평균 체류 시간이 약 4분까지 늘어나며 새로운 '시간 점유'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카카오는 향후 온디바이스 AI인 '카나나 인 카카오톡'과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AI 서비스가 안착할 경우 2026년부터 구독형 모델이나 검색 광고 등 신규 매출원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5일 업데이트는 단순한 기능 복구를 넘어, 카카오가 '무리한 광고판 확장'이라는 오명을 벗고 'AI 기반의 서비스 고도화'로 나아가기 위한 숨 고르기 차원"이라며 "결국 선택 옵션으로 두게 될 피드형 UI에 대한 친화도나 접근성을 얼마나 끌어올리는지, 그리고 AI 서비스가 실제로 이용자 편의를 높이며 자연스러운 수익화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카카오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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