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지도자들 잇따라 사임·해임
‘핵심 지지 기반’ 여성 유권자들 등 돌려
“조기 총선” 목소리에 일단은 ‘버티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오른쪽)가 지난 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헌법기념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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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노동당이 잇따른 성희롱 사건으로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고 있다. 사건의 파문이 커지면서 시장 등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사임하거나 해임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조기 총선 카드를 배제하고 있지만, 여권 안팎의 압박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14일(현지시간) 산체스 총리가 성희롱 사건 조사 과정에 대해 개인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당의 대응을 둘러싼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사회노동당 내부에서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에 비견되는 고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토레몰리노스 지역의 사회노동당 책임자는 한 시의원의 성희롱 고발로 직무가 정지됐다. 해당 시의원은 지난해 여름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 당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벨알카사르 시장은 시청 직원에게 보낸 노골적인 성적 메시지가 공개된 뒤 사임했다. 발렌시아 지역에서는 성희롱 조사 착수 이후 사회노동당 지역 부대표가 탈당했다. 이들 세 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루고 주의회 의장직에서 사임한 호세 토메도 자신에게 제기된 다수의 성희롱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관련 의혹을 수개월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잇따른 성희롱 고발은 산체스 총리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성 유권자는 사회노동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며 선거 참여율이 높아 전통적으로 당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스페인 국립 여론조사기관 조사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사회노동당에 대한 실망감이 뚜렷하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여성 유권자 지지율이 26.2%에서 19.4%로 급락했다.
당의 성 평등 담당 책임자인 필라르 베르나베는 이번 성희롱 사태를 사회노동당에 있어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분기점”이라고 규정하면서 무관용 원칙을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차별은 사회주의와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성희롱 파장은 산체스 총리가 가족과 측근들이 연루된 일련의 부패 의혹으로 비판을 받는 가운데 불거졌다. 산체스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호세 루이스 아발로스 전 교통장관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위생 장비 조달 계약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또 다른 측근인 알바로 가르시아 오르티스 검찰총장은 정부에 비판적인 마드리드 주지사의 남자친구와 관련된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지난주 사임했다. 이와 함께 산체스 총리의 부인은 지난해 8월 공금 횡령 혐의로 기소됐고, 총리의 형 역시 부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수만명의 시민이 산체스 총리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벌였다.
산체스 총리는 일단 ‘버티기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스페인 매체인 엘파이스는 14일(현지시간) “성희롱과 부패 이슈가 정부를 강타하고 있지만 산체스 총리는 대규모 개각이나 조기 총선 가능성을 배제했다”고 전했다. 연립정부 파트너들은 정책 방향 전환을 압박하고 있으나 조기 총선은 어느 정치 세력에도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라는 분석이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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