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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기고] 증평에서 시작된 정치문화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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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매일

    이재영 증평군수가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그는 "군민들께 불필요한 부담을 드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고, 판매 인세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행사 준비가 모두 끝난 상황에서의 이 결정은 단순한 일정 변경이 아니라, 지방정치의 관행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중요한 메시지로 읽힌다.

    단순한 행사 취소를 넘어, 지방정치에서 반복되어 온 출판기념회 관행 전체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면이다.

    출판기념회는 원래 정치인의 철학과 정책 방향을 시민과 공유하는 자리로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무원 동원 논란, 책 구매를 통한 사실상의 정치자금 모금 효과, 승진 대상자들의 줄세우기 등 부정적 이미지가 누적돼 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최근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 본질에 대한 논란의 여지로 정치권 내부에서도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다.

    이 군수의 선택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행사 강행이 선거법에는 저촉되지 않더라도, 군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

    정치적 이벤트보다 시민의 시선을 우선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전환'의 의미가 있다.

    정치가 스스로 관행을 멈추고 새로운 기준을 세우기 시작할 때 비로소 정치는 시민에게 신뢰를 회복한다.

    정치문화는 법과 제도의 변화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인의 작은 선택 하나가 관행을 넘어서는 신호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출판기념회는 그동안 정치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사'의 의미가 컸다면, 이제는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방식 전반을 재설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앞으로 출판기념회는 양적 동원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규모 정책 대화, 시민 질문 중심의 타운홀 미팅, 출판물을 토대로 한 공론의 장 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책은 정치인의 홍보물이 아니라,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약속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되는 방식으로 출판의 문화가 새롭게 자리 잡아야 한다.

    증평에서 시작된 이번 결정은 이런 흐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출판기념회 취소는 단순한 '중단'이 아니라 정치문화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전환'의 순간이다.

    관행을 반복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관행을 멈추고 더 나은 길을 찾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이재영 군수의 선택은 바로 그 용기의 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정치의 품격은 결국 행사보다 선택에서 드러난다.

    출판기념회가 또 하나의 정치 이벤트로 소비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 정치인은 '전환'의 길 위에서 시민과 함께 새로운 소통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정치문화가 성숙하는 과정은 이렇게 조용한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출판기념회라는 이슈가 떠오르는 지금, 정치가 진정한 성찰의 길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증평에서 열리고 있다.

    정치는 때때로, 이렇게 조용한 변화 속에서 더 크게 움직인다.

    정원덕 전 충북대 경영학부 겸임교수·대통령직속균형발전위 특위위원 증평군,이재영,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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