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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문신사법 제정에도 엇갈린 판결… 유명 타투이스트 2심도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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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부 "문신사법, 의료행위 아님 명시 안 해"
    남부·대구지법은 잇따라 문신 시술 무죄 판결


    한국일보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이 19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이날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에 선고유예를 받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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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의료인인 문신사(타투이스트)에게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올해 9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문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하급심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몇몇 사건에 대해 무죄 선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명 타투이스트로 문신사법 제정에 앞장섰던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김 지회장은 즉각 상고할 뜻을 밝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강영훈)는 19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회장에게 벌금 100만 원에 선고유예를 판결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형의 선고를 일정 기간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처벌을 면해 주는 제도다.

    김 지회장은 2019년 12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문신 기계와 문신용 바늘·잉크 등을 갖추고 한 연예인에게 문신을 시술한 혐의로 기소돼 2021년 12월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 단계에서 절차가 진행되지 않다가 지난 9월에야 재판이 재개됐다. 며칠 뒤 '비의료인이라도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하면 합법적으로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신사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법은 2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7년 10월 시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문신사법 입법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는 기존 판례는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문신사법은 장소 제한, 안전관리 의무 등을 둬 문신사에 대해 책임을 부과하고, 일반 직업과 달리 국가가 특별히 관리하도록 했다"며 "국회가 문신 시술을 전면적으로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해 입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문신 시술은 사람의 신체 중 목이나 얼굴, 하체 등 여러 기능에 관련된 부분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행위가 일률적으로 단순한 기술이라 생각되지 않는다"며 "이를 개인의 재량이나 자율에 맡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신사법 제정과 인식 변화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김 지회장은 즉각 반발했다. 선고 후 기자들을 만나 "사법부 밖에서는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난 일인데, 몇몇 판사님들만 이런 시각으로 살아가고 계신 것 같다"고 일갈했다. 김 지회장을 변론하는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는 "문신사법은 문신 시술을 더 이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하지 않겠다는 입법부의 명확한 의사를 담고 있다"며 조만간 상고이유서를 준비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앞서 다른 법원에서는 '문신을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속속 등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3-1부(부장 임선지 조규설 유환우)는 지난달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문신사 이모(35)씨 관련 사건에서 "사회통념상 문신 시술은 더 이상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달 대구지법 제2형사단독(부장 박경모)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미용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눈썹 문신 시술은 질병의 치료 등을 목적으로 한 일반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라, 개성이나 아름다움 표현을 위한 시술"이라며 최근 제정된 문신사법에서도 눈썹 문신을 '미용 문신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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