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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가까워지면서 배당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발 거품 논란에 주가가 출렁이면서 확실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배당주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배당주 투자자들에게 희소식도 나왔다. 최근 정치권이 타협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이 세제안은 배당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따로 과세해 배당주 투자자들의 세 부담을 덜어준다. 그동안 배당소득이 많은 투자자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지옥'에 빠져 있었다. 배당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경우 최고 45%의 누진세율이 적용됐다. 내년부턴 50억원만 넘지 않으면 소득의 20%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세율이 절반 이하로 내려가며 국내 배당주 투자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렇다고 다 해당되는 건 아니다.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고배당 상장주식' 투자자여야 이런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첫째는 2025년 예상 배당성향이 40% 이상, 둘째는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전년보다 배당을 10% 이상 늘린 상장사여야 한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을 뜻한다.
고령화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요약되는 현 경제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은 똘똘한 국내 고배당주에 중장기 투자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갖게 됐다. 최소 5년 이상의 배당 이력과 시가총액 규모를 감안해 KB금융, 삼성생명, 삼성화재, KT&G, KT, 현대글로비스, LG 등 7대 배당주가 마음 편한 장기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세제안이 상장사의 배당 인상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주요 오너들 역시 세금 부담이 감소해 그룹 계열사들이 배당을 올릴 명분이 생겼다. 이런 고배당주 요건을 갖춘 상장사 중 연말 결산법인은 이달 26일까지 해당 주식을 매수해야 배당과 세제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요즘엔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가 '깜깜이 배당'(배당액을 모르고 투자)을 막겠다며 상장사들에 절차 개선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2~3월로 결산배당 기준일을 옮기면서 되레 '봄바람이 불면 배당'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있다.
과거엔 일률적으로 12월 말이었다면 이젠 해를 넘기는 경우가 많아 종목별로 배당 기준일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7대 배당주 중 연말이 기준일인 상장사는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나머지 6곳은 2~3월로 분산돼 있다.
에프앤가이드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고배당 상장주 중 시총이 가장 큰 곳은 KB금융이다. 은행 업종은 주주 환원 기대감과 분리과세 영향으로 올해 주가가 전반적으로 좋았다. KB금융 역시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주가가 50% 가까이 상승했다.
매일경제는 2020년 주당 배당금과 2025년 예상 배당금을 기준으로 5년 연평균복합성장률(CAGR)을 계산해봤다. KB금융의 경우 배당금이 매년 15.8%씩 올랐다. 10%가 넘는 배당 인상률은 전도유망한 배당성장주의 필요 요건이다.
배당수익률 3.3%는 KB국민은행이 주는 예금 금리보다 나은 수준이다. 게다가 주가도 오르고 있으니 은행에서 주식으로의 '머니무브'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배당 재원이 되는 순이익 역시 최근 3년 연속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올해 KB금융의 예상 순이익은 5조75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올해 예상 배당성향이 47%가 넘는 데다 5년 평균 배당금 인상률이 19%에 육박한다. 배당수익률 4%도 배당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수치다. 중장기 배당성향 목표치를 50%로 제시해 분리과세 요건을 너끈히 넘었다. 분리과세 적용 기대감에 주가도 올해 67%나 올랐다. 이 보험사 주식 투자자들은 규제 리스크에 민감하다. 정치권에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올 초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일부 매각한 것도 이런 규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매각 차익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에서 투자자들은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오너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의 5% 이상 주요 주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0.4%)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8%)이 포함돼 있다. 이들도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다.
삼성화재 역시 배당성향이 49%에 달한다. 회사가 벌어들인 순익에서 절반을 주주 배당에 쓰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용 회장은 그 지분율이 미미하긴 하나 0.1%의 삼성화재 주식을 들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해 2조원대 순익을 유지할 전망이다. 보험 본업이 흔들렸지만 주식이나 채권 투자가 수익을 방어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같은 보험주 투자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는 운용 이익이 상승해 순익이 증가한다. 또 물가 상승기에 보험료를 올리는 경향이 있어서 실적이 되레 상승한다. 삼성화재의 배당수익률은 4.8%로 일반 예·적금 보다 수익률이 좋다.
KT&G는 담배와 정관장 등 건강기능식품, 부동산 개발 등 3대 사업으로 움직인다. 이 중 담배와 부동산 사업이 선전하며 올해 이익 '1조원 클럽'은 지킬 전망이다. 이 같은 자신감으로 올해 배당금을 주당 최소 6000원으로 제시했다. 작년 배당금이 5400원이었기 때문에 배당금 인상률이 11.1%로, 분리과세 요건을 채웠다. 배당성향은 70%에 달한다.
통신 업종에서도 분리과세 요건을 채운 기업이 여럿 나온다. 전통 사업인 만큼 주가 성장보다는 배당 등 주주 환원에 주력하는 기업이 많아서다. 시총 상위 종목 중에선 단연 KT가 투자 대상으로 손꼽힌다.
KT는 배당수익률이 5.2%인 데다 배당성향이 35%다. KT&G(4.6%)와 달리 연평균 배당성장률이 10%가 넘어 배당성장주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투자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 같은 주주 환원은 KT의 순익 증가 덕분이다.
올해 순익은 1조8780억원으로 추정돼 전년 대비 증가율이 350%에 달한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침해 사고로 인해 KT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부동산 사업 이익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클라우드 등 신사업도 이에 기여하면서 '이익 증가=배당 증가' 공식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물류를 책임지는 현대글로비스는 배당성향이 25%이면서 최근 5년 평균 15%씩 배당금이 올라 분리과세 혜택 종목에 올라 있다. 배당수익률은 3.8%가 기대된다. 현대글로비스의 올해 예상 순익은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54%에 달한다. 이 종목 역시 오너의 지분율이 높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LG그룹 지주사인 LG는 배당수익률 4.4%에 44%의 배당성향을 예고했다. 다만 연평균 배당금 인상률이 6%에 그쳐 배당성장주로 평가하기엔 다소 부족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6.3%를 들고 있어 일찌감치 분리과세 혜택 수혜주로 지목돼 왔다. 2022년 이후 배당금을 두 배 이상 올려온 HD현대일렉트릭 역시 분리과세 수혜주다. 초고압 변압기를 전 세계에 수출하면서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적극 배당하고 있다. AI 수혜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최근엔 거품 논란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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