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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현예림의 함께 신문 읽어요] 일주일 남은 2025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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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도 이제 한 주만을 남기고 있다. 이 칼럼의 첫 글이 실린 날이 올해 1월 8일이었으니, 정확히 1년을 채운 셈이다. 돌이켜보면 내 시간은 달력보다도 칼럼 원고를 준비하던 전후의 시간들로 나뉘어, 올해는 아홉 개쯤의 작은 구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 칼럼을 통해 종이신문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글로 남긴 것은 감사한 경험이었다. 짧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칼럼 연재가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아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생각보다 분명한 변화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변화는, 어떤 사안이든 보다 의식적으로 ‘내 의견’을 가지려 노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직업적으로 유보적인 표현에 익숙해질수록 의견을 명확히 드러내는 일은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그러나 칼럼을 쓰기 위해서는 결국 나의 관점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내가 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기사나 칼럼을 읽으며 필자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어떠한 재료를 활용했는지, 그러한 주장이 나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었다. 사건 기사 위주로 사실을 빠르게 훑던 신문 읽기에서, 다른 필자의 관점을 찬찬히 따라가며 내 생각을 정리하는 읽기로 조금씩 바뀌었다.

    두 번째 변화는 디지털 환경에 보다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의도하지 않게 접하게 되는 뉴스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킨다는 사실을 실감한 한 해였다. 소셜미디어(SNS)를 열기만 해도 각종 사건·사고가 비자발적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물론 사회적으로 중요한 뉴스지만,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 접한 무거운 소식은 하루의 감정선을 쉽게 흐트러뜨렸다.

    예컨대, 만취한 운전자가 60대 대리기사를 차에 매달고 달려 사망에 이르게 한 기사를 예상치 못한 시간에 마주한 뒤에는 불편한 감정이 오래 남았다. 그래서 뉴스의 내용뿐 아니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접할지 스스로 선택하려 했다. 완벽한 디지털 디톡스는 아니더라도, 주도권만큼은 내 손에 두고 싶었다.

    마지막 변화는, 텍스트와 영상이 넘쳐나고 누구나 쉽게 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지만, 글은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짧은 연재 중 오랜 기간 종이신문을 구독해 온 어르신으로부터 공감의 메시지를 받았고, 또 어떤 수감자분은 내 글을 읽고 자신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직업적으로 작성하는 문장이 아닌, 나의 생각과 의견으로 이루어진 글이 타인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경험은 조심스럽고도 감사한 일이었다. 그 이후로는 보다 의식적으로 살아야겠다고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이 칼럼은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신문을 읽으며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보는 이 리듬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현예림의 함께 신문 읽어요’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과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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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예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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