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
정부는 지난 11일, 참여·소통·신뢰 중심의 새로운 의료혁신 추진기구인 의료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의료 혁신 논의를 본격화하였다. 의료혁신위원회는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고 의료 체계의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국무총리 소속의 사회적 논의 기구다. 의료계는 물론 환자·소비자·시민사회·지역·청년세대 등 30명이 참여한다. 의료를 국민의 삶과 안전에 직결된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의정 사태는 장기간 지속되며 환자들의 불편과 불안, 국민-의료계-정부 간 신뢰의 상실 등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이는 단순히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었다.
의료 위기의 근원은 필수 의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구조와 그로 인한 지역 간 의료·건강 격차에 있다. 응급·분만·소아 등 생명과 직결된 분야일수록 인력과 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에서는 필요한 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저출산·초고령화와 지방 소멸이 맞물리며 지역 의료 기반은 빠르게 약화됐고, 그 부담은 환자의 장거리 이동과 치료 지연, 만성질환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의료인의 헌신이나 개별 병원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다. 이러한 현실이 반복되는 정책의 한계를 점검하고,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중증·응급 진료가 완결적으로 제공되고, 일상적 건강 관리와 재활·요양이 이어지는 구조를 회복해야 한다. 또한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편, 인력·재정·전달체계 전반을 초고령사회에 알맞은 체계로 재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의료개혁은 충분한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미흡한 채 정책이 추진되면서 국민과 의료 현장의 신뢰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의료혁신위원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열린 방식으로 국민 중심 의료혁신을 추진하고자 한다.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와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 제고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의료현장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어 정책이 신뢰를 얻는 과정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의료혁신위원회 논의와 함께 국민이 직접 참여·숙의하는 시민패널을 운영해 혁신 의제를 발굴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국민의 의견, 객관적 데이터를 종합해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모든 논의과정과 결과는 ‘국민 모두의 의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 정책 결정의 신뢰와 수용성을 높이고자 한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마련된 해법이 정책으로 이어지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과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국립대병원을 지역 의료의 중심으로 육성하고, 지역의사제를 통해 지역에 정주하며 필수의료를 담당할 인력 양성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를 통해 재정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의료전달체계와 보상체계, 의료사고 안전망 등 구조적 과제도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
앞으로의 5년은 새로운 대한민국 의료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의 시간이다. 의료혁신위원회 출범은 국민과 의료계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의료를 향한 첫걸음이다. 눈앞의 성과에 매몰되기보다, 20~3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전략을 수립할 것이다. 정부는 갈등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만들어가겠다.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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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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