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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최훈의 심리만화경] AI 시대의 호모 콰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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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최훈 한림대 교수


    시험 답안을 채점하는데 낯선 용어들이 보인다. 틀리다 할 순 없지만 내가 강의에서 사용하지 않는 용어들. 아마도 AI가 알려준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묻는 말에 진실이든 거짓이든 척척 대답하는 AI의 등장으로, 지식은 다시 정의되어야 할 것 같다. 과거에는 많은 정보를 머리에 담는 것이 지식이었다. 이후 지식의 네트워크인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이 지식인 시대를 지나 이젠 AI에게 가장 적절한 답을 얻어내는 능력이 지식인 듯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AI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다루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AI라면 조만간 질문 방법과 상관없이 최적의 답변을 하도록 진화하지 않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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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시대의 지식은 더 근본적인 차원에 있을 것이다. AI는 대답하는 도구이다. 어떻게 질문하는가(How to ask)보다 무엇을 질문하는가(What to ask)가 핵심이다. 전통적으로 질문은 지식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는 질문은 학습자의 무지를 드러내고 사고를 재조직하는 것이며, 따라서 지식은 답의 제시가 아니라 질문의 연쇄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한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질문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흔히 질문을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영역이라고 오해하지만 질문은 지식의 재구성 과정이다. 정보격차이론에 따르면 호기심은 아예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어느 정도 알았을 때 극대화된다. 결국 역설적으로 AI에게 최고의 질문을 던지는 힘은 우리 머릿속에 축적된 전통적 의미의 지식과 이를 객관화하는 메타인지에서 나온다.

    호모 콰렌스. 질문하는 인간을 뜻하는 말이다. AI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는 더 나은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호모 콰렌스형 인간이며 이는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전통적 지식이 동반될 때 가능하다. 새로운 미래는 언제나 전통 위에서 열린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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