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 대표 16개월만에 부회장에
DL 측은 박 부회장이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이해욱 회장이 추구하는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재무 구조를 빠르게 개선한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박 부회장 등판 전까지 DL이앤씨는 심각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에만 대표가 두 번이나 교체된 이유이기도 하다. DL이앤씨 영업이익은 2021년 9573억원에서 2023년 3307억원까지 급감했다. 결국 구원투수로 박 부회장이 지난해 8월 등판했다.
그는 수익성 개선 최대 과제였던 주택부문 원가율을 2023년 91.9%에서 올해 86.6%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실적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연결기준)은 3239억원으로 박 부회장 취임 전인 지난해 3분기(1768억원) 대비 83% 늘었다. 부채비율(연결기준)은 올 3분기 말 98.4%로 떨어뜨렸다.
문제는 당장의 성과에 치중해 성장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커졌다는 것.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수주 실적이 계속 줄고 있다. 직원 감축과 이탈도 끊이지 않는다.
DL이앤씨의 올 3분기 누적 수주액은 5조5058억원. 전년 동기(5조9718억원) 대비 7.8% 감소했다. 연간 수주 목표도 기존 13조2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이는 2023년(약 1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5조2000억원 줄어든 것. 수주 잔고는 올 3분기 27조여원으로 1년새 1조7000억원 줄었다.
주택 사업 수주도 축소 기조다. 서울 한남5구역 같은 노른자 사업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주택 사업 매출 비중도 2022년 전체의 70%에서 올 3분기 52%로 쪼그라들었다.
수주 감소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박 부회장 취임 전 5700명을 넘던 직원이 1년 만에 500명 이상 회사를 떠났다.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본사 사옥도 서울 외곽으로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수익성 중심의 몸집 축소 전략이란 이해욱 회장의 경영 기조에 부합한 행보를 보이는 것 같다”며 “원가율 개선만으로는 결국 성장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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