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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구더기 들끓는 시신에 살충제·방향제까지···3년 6개월만에 들통나자 “형 무겁다”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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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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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거하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3년 6개월간 은닉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형사14부(손승범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A씨(38)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하고, 출소 후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이달 19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체를 장기간 방치하고 은닉한 행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았다고 보일 만큼 참혹하고 악랄하다"며 "실질적으로 사체를 모욕하고 손괴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는 생명이 꺼진 상태로 피고인의 통제 속에서 범행 장소를 벗어나지도, 가족들에게 소재를 알리지도 못한 채 홀로 남겨졌다"며 "그 죄에 걸맞은 엄중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0월 일본에서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던 중 30대 여성 B씨를 만나 이듬해부터 원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B씨는 2006년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A씨는 2017년 불법 체류 사실이 적발돼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고, 이후에도 B씨에게 집착하며 지인들에게까지 연락을 시도했다. B씨는 연락을 피했다.

    2018년 2월 어머니 병문안을 위해 B씨가 한국에 입국하자 A씨는 여권을 빼앗으며 동거를 강요했다. 결국 두 사람은 인천의 한 원룸에서 다시 함께 생활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B씨는 계좌 개설과 휴대전화 개통조차 할 수 없었고, A씨는 생활비가 필요할 때만 현금을 주며 외부와의 연락을 철저히 통제했다. B씨 언니가 실종 신고를 하며 잠시 연락이 닿았지만, 이마저 A씨의 방해로 다시 끊기면서 B씨는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됐다.

    사건은 A씨가 약 3억 원 상당의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던 과정에서 발생했다. 2021년 1월 10일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날 A씨는 B씨와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벌였다. 이후 A씨의 구속 가능성으로 인한 생계 문제와 옥바라지를 둘러싸고 갈등이 이어졌고, B씨가 "아들을 만나러 가겠다"고 말하자 격분한 A씨는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범행 이후 A씨는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매달 임대차 계약을 유지하며 시신을 원룸에 그대로 둔 채 관리했다. 세제와 물을 섞은 액체와 방향제를 시신과 방 전체에 뿌리고 향을 태우거나 에어컨과 선풍기를 가동해 악취가 외부로 퍼지지 않게 했다. 또 살충제를 사용해 사체에 생긴 구더기를 제거했다. 이 기간 A씨는 다른 여성을 만나 딸을 출산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A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면서 시신 관리가 중단됐고, 같은 해 7월 악취를 이상하게 여긴 건물 관리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면서 살인 범행이 드러났다. 범행 후 3년 6개월 만에 B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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