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사법리스크 이재용, '세기의 이혼' 원점
론스타 극적승소…45년 만에 김재규 재심
대장동 4년 만에 첫 판단…뉴진스의 눈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월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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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선은양 기자] 2025년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에 이어 유력 대선 후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례 없는 신속 재판과 유죄 취지 파기환송은 격론을 불렀다. 대법원의 무죄 확정으로 삼성전자는 4년 10개월 만에 오너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났고, 1조 3000억원대 재산분할로 화제를 모은 세기의 이혼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사모펀드 론스타를 상대로 최종 승소해 약 4000억원 규모의 국고 손실을 막아냈고, 45년 만에 10·26 사건의 재심이 결정됐다.
◆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탄핵심판 2인용·11기각
헌법재판소는 4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국회가 지난해 12월14일 윤 전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지 약 4개월만으로, 2번의 변론준비와 11번의 변론기일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총 13건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지난 18일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파면을 끝으로 모든 탄핵심판의 결론이 났다. 총 13건의 탄핵소추안 중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해 2건이 받아들여졌고 11건은 기각됐다.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26일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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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치생명 흔든 법원…대장동 사건 4년 만에 1심 결론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정국은 대선 국면으로 들어섰고, 세간의 관심은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대법원의 판단에 집중됐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3월 이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같은 달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이례적으로 신속한 심리에 나섰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건을 직접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두 차례 대법관 합의기일을 연 뒤 사건 접수 34일 만인 5월1일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대통령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에 배당됐고 재판부는 첫 공판기일을 지정했다. 이같은 일들은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 한 지 하루 만에 일어났다. 이후 이 대통령이 선거운동 등을 이유로 공판기일 변경을 신청해 첫 공판기일이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변경됐지만, 이 대통령이 당선되며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근거로 재판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5개 재판은 같은 이유로 모두 중단된 상태다.
이 대통령 재판은 중단됐지만 관련 사건은 계속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10월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70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 씨에게 징역 8년을,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에게 각각 징역 4·5·6년을 선고했다. 이들이 기소된 지 약 4년 만에 나온 첫 법원 판단이었다.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대통령의 향후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본과의 13년 싸움…론스타 상대로 국고 지켰다
정부는 11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를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 분쟁(ISDS) 취소 신청 사건에서 최종 승소하며 약 4000억원 규모의 국고 손실을 막았다. 론스타가 2012년 중재를 신청한 지 13년 만이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는 2022년 8월 중재 판정에서 인정한 론스타에 대한 배상금 원금 2억1650만 달러 및 이에 대한 이자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했다. ICSID는 절차 규칙의 중대한 위반, 이유 불기재 등을 취소 이유로 들었다. 이같은 취소 신청이 전부 인용되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된다. 정부는 론스타가 ISDS 판정 정정과 취소 절차에 든 소송비용 74억7546만 원도 전부 돌려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혐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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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 리스크 벗은 이재용…'세기의 이혼' 원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4년 10개월 만에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7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각종 부정거래와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검찰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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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10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1조 3000억원 대의 기록적인 재산 분할액을 선고한 원심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봤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 분할 액수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다시 판단한다.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을 내년 1월9일 오후 5시20분으로 지정했다.
최정상 아이돌그룹 뉴진스와 소속사 어도어 간의 법적 다툼은 K팝 산업에서 전속계약이 갖는 의미를 재정립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10월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5명을 상대로 낸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 선고에서 어도어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어도어와의 신뢰관계가 파탄 났다는 뉴진스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연예인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거액의 투자가 이뤄지는 K팝 산업 구조를 짚으며 소속사 역시 계약의 테두리 내에서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뉴진스가 항소 만료 기한 하루를 앞두고 돌연 소속사 복귀를 선언하면서 항소를 포기했고 소송은 어도어의 승소로 확정됐다.
◆ 45년 만에 김재규 재심…10·26 재평가 되나
'10·26 사건'으로 1980년 사형당한 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형사 재판이 45년 만에 다시 열렸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박주영 송미경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김 전 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에 대한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과 역사성 등을 고려해 재항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5월 검찰 측 재항고를 기각하고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김 전 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 재심 첫 공판은 7월 16일 열렸고 심리가 진행 중이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6개월 만인 이듬해 5월 사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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