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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8 (일)

    코레일 ESG, 선언 다음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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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영 기자] ESG는 방향을 말하는 순간보다, 비용과 책임이 현실이 되는 지점에서 진짜 성격이 드러난다. 철도처럼 거대한 조직일수록 그 간극은 더 크게 드러난다.

    한국철도공사는 최근 '환경을 살리는 철도, 함께 성장하는 철도, 책임을 다하는 철도'를 내걸고 새로운 ESG 비전을 제시했다. 정부 국정기조와 맞물린 이 비전은 철도 운영을 넘어 공공기관의 역할 범위를 재설정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번 비전은 정부가 처음 마련한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설계됐다. 친환경 전환, 동반성장, 사회적 책임을 중심축으로 삼아 철도산업 전반에서 ESG 기준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방향 제시만으로는 평가가 완성되지 않는다.

    코레일은 비전과 함께 AI, 안전, 균형발전 등을 포함한 12개 전략과제를 설정했다. 전략의 폭은 넓다. 재생에너지 확대, 스마트에너지센터 구축, 데이터 기반 안전 관리, 통합모빌리티서비스 확장까지 철도 운영 전 영역이 대상에 포함됐다.

    환경 영역에서는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자립 구조 구축을 통해 탄소 감축을 추진한다. 철도를 친환경 교통수단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사회 영역에서는 데이터센터와 통합안전관리플랫폼 구축, 수요응답형교통과 연계한 이동 서비스 확장, 지역 연계 철도여행 등을 통해 국민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 제시됐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윤리·인권경영 강화와 협력사 ESG 역량 지원을 통해 신뢰 기반의 운영 체계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내부 통제와 거래 구조 투명성 역시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몇 가지 짚어야 할 지점도 제기된다. 우선 전략과제의 범위가 넓은 만큼, 개별 과제의 우선순위와 재원 배분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와 디지털 플랫폼 구축은 초기 투자 부담이 큰 영역인 만큼, 장기 재무 구조와의 정합성이 관건이라는 시선이다.

    또 AI와 데이터 기반 안전 관리가 실제 현장 근무자의 업무 방식과 어떻게 결합될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기술 도입 속도와 현장 적응 간의 간극이 커질 경우, 체감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다. 협력사 ESG 지원 역시 선언을 넘어서 실질적 기준과 지원 방식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코레일은 이미 철도 특화 태양광 기술 개발, AI 챗봇과 통합모빌리티서비스 확대 등 성과를 축적해 왔다. 올해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에 맞춰 생물다양성 관리, 내부 통제 강화, 협력사 지원 내용을 보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연내 증간 발행할 계획이다. 기준을 스스로 점검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정래 사장직무대행은 ESG 경영이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구체화하는 핵심 틀이라며, 국정과제 실현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철도의 역할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의 ESG는 이제 선언 단계를 지났다. 남은 질문은 분명하다. 전략의 크기만큼 실행의 밀도가 따라올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변화가 현장과 이용자에게 어떻게 체감될 것인가다. 답은 계획서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드러나게 된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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