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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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이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이 작성했다고 밝힌 당원게시판 글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당내 인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전 대표가 가족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칼럼을 올렸다고 인정하면서도 “일부 글은 동명이인이 쓴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글이 쓰레기 수준”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30일 당원 게시판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며 전체 글의 87.6%가 단 2개의 아이피(IP)에서 작성된 여론 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11월 국민의힘 온라인 익명 당원게시판에 한 전 대표와 그 가족의 이름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공격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수천개 올라오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특히 이 위원장은 이날 개인 블로그에 문제가 된 게시 글 1631건을 모두 공개했다. 여기에는 “미친 윤석열”, “미친 역적”(윤 전 대통령), “개목줄 채워 가둬놔야 한다”, “가만히 안 있으면 단두대”(김 여사) 등의 원색적 표현이 포함됐다.
“개XX, 용산에 한자리 늙은 XX 욕심부리지 마”(황우여 전 비대위원장), “정치생명 끊어버리자”(나경원 의원), “이XX 지지하는 XX들도 빨갱이”(안철수 의원) 등 당내 인사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내용도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을 겨냥한 자극적 표현도 등장한다.
한 전 대표는 당무감사위 발표 뒤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주영진의 뉴스직격’에 출연해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가족이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 칼럼을 올렸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가족이 당원게시판에 글을 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명예훼손이라든가 모욕이라든가 (이런 내용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자신과 장인 명의로 작성된 글은 동명이인이 쓴 글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은 당 누리집에 가입한 사실조차 없다고 밝힌 한 전 대표는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위원장을 겨냥해 “나는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이미 공식적으로 확인되어 있어 동명이인 한동훈 명의 글은 바로 무관하다는 것이 탄로 날 테니 동명이인 한동훈 명의의 상대적으로 수위 높은 게시물들을 가족(장인) 명의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이 공개한 글 가운데 원색적인 내용은 대체로 한 전 대표가 동명이인이라고 주장하는 작성자들이 쓴 것이다.
반면 이 위원장은 △조사 대상으로 삼은 1631개 글 가운데 동일 아이피(IP) 2개에서 87.6%의 글이 작성됐고 △해당 아이피를 사용한 5개 계정 중 4개 계정(한 전 대표, 배우자, 장모, 장인)이 동일한 휴대전화 뒷번호와 동일한 선거구(강남구병)를 공유한다고 밝히면서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했다.
당무감사위 조사 결과와 한 전 대표의 주장이 부딪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한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31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저런 저급한 인생에게 당과 나랏일 맡긴 정권이 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라며 “일이 있을 때마다 했던 여론조작 화환쇼도 그 가족 작품이라면 그건 드루킹 가족”이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30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니 마지못해 인정. 역시 정치검사 출신 다운 대응”이라며 “그런데 가족이 올린 글이 쓰레기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비방글에 등장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30일 페이스북에 “허위사실로 남을 공격하는 것에 더해 표현조차 딱 술 한잔 걸친 교양 없는 사람이 쓸 만한 내용이라 거부감이 든다”며 “거부감이 들지만, 저에 대해 인신공격하는 해당 글들에 대해서 깔끔하게 용서하기로 했다. 음습한 곳에서 또 다른 자아로 괴팍한 취미를 가진 누군가의 행동이라고 여기겠다”고 적었다.
다만 다른 국민의힘 인사들을 비난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이준석은 괜찮지만, 작성했다는 내용 중에 황우여 전 대표나 선배 정치인들에 대한 저급한 언급을 보면 그분들에게는 꼭 사과할 정도의 용기는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의 내용은 문제의 본질과 무관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1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인터뷰’에서 “명예훼손이 본질이 아니”라며 “조직에 가장 책임 있는 자가 조직 내부를 분열할 목적으로 여론 선동을 했느냐가 핵심적인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정청래가 (대통령인) 이재명을 향해서 이러한 똑같은 행위를 했다고 가정했었을 때 이것을 과연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냐. 민주당 당원들은, 민주당 지지자는 이해할 것이냐. 저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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