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김정욱 변협회장 인터뷰
2026년 2월 11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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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현장에선 수사 지연이 심각합니다. 사건이 어디로 갔는지조차 모르는 ‘사건 실종’이 흔해졌죠. ‘일단 해보고 고치자’는 식으로 가면 그사이 국민이 큰 피해를 봅니다.”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은 11일 대한변협회관에서 본지와 만나 “보완 수사권이든, 보완 수사 요구권이든 수사기관이 책임 있게 끝까지 처리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수사기관 간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법관의 판단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법 왜곡죄’에 대해선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을 흔들 수 있고, 지금처럼 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입법의 순수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전국 변호사 3만8000여 명이 소속된 대한변협에서 첫 로스쿨 출신 회장으로 주목받은 김 회장은 이달 취임 1년을 맞았다. 그는 “국민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제도, 수사와 재판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장치를 계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사법 시스템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여당은 이달 중 ‘법 왜곡죄’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한다.
“법을 해석·적용하는 사법부 고유 권한이 흔들리면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린다. 의도적인 권한 남용은 처벌할 필요가 있지만, ‘왜곡’ 개념은 형사처벌 요건으로는 추상적이어서 사법부를 겨냥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도 추진 중이다.
“기본권 침해 사안에 한해, 최소한으로 재판소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4심제 논란, 불필요한 소송 비용 증가 같은 우려가 없도록 선별 절차와 요건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대법관 증원도 필요는 하다. 하지만 하급심이 충실해지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오는 9월이면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 현장에서는 수사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 사건이 1~2년씩 늘어지고, 경찰과 검찰을 오갈 때마다 사건 번호가 바뀌고 추적도 어렵다. ‘내 사건이 어디 갔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치 사건이 아닌 99% 민생 사건 처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보완 수사권’ 등 수사 기관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요한 건 수사 기관이 책임지고 제때 처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금 검찰은 ‘내 사건이 아니다’라며 보완 수사에 소극적이고, 경찰은 검찰이 요구한 보완 수사에 소극적이다. 사건이 캐비닛에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법률가(수사사법관)와 비법률가(전문수사관)로 이원화가 필요하다. 법률적 판단과 수사 집행을 분리해서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수사는 단순히 사실을 모으는 게 아니라, 법률 해석과 적용이 결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되므로 검찰과는 분명히 다른데도, (정치권이) ‘검찰 부활’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쉽다.”
-취임 1년 동안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지난달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 유지권(ACP)을 법제화하는 데 성공했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털어놓은 내용을 수사 기관이 압수수색 등으로 수사에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유럽 등에선 이미 확립된 제도다. 해외 기업이나 로펌 등은 ‘한국에는 ACP가 없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한다. 상담 내용이 유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ACP는 변호사의 특권이 아니라 국민의 방어권이다.”
-변호사 수 축소도 매년 추진하고 있는데.
“연간 신규 변호사 약 1750명이 배출된다. 법조인 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추겠다던 당초 목표치는 2022년 이미 넘어섰다. 법률 시장 규모는 주요 선진국보다 작은데 공급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숫자가 많으면 오히려 경쟁이 과열돼 광고비가 급증한다. 일부 법률사무소는 매출의 30~50%를 광고에 쓰기도 한다. 수임료를 낮출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대한변협의 다음 과제는 무엇인가.
“민사 재판에서 양측이 서로 가진 증거와 쟁점을 미리 공개하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다. 그렇게 하면 상당수 사건이 조정·화해로 끝난다. 재판 지연이 심각한 법원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다. 변호사 역할을 키워 소송을 효율화하자는 것이다.
형사 성공보수 부활도 과제다. 형사 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본 대법원 판례는 계약 자유 원칙과 충돌한다. 실제 성공보수를 전제로 착수금을 조정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성공보수를 전면 부정하면 오히려 수임료가 불투명해지거나 음성화될 우려도 있다.”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난해 2월 로스쿨 출신 중 처음으로 대한변협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을 마치고 2013년 제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2015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를 꾸려 초대 회장을 맡았고, 2021~2024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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