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아파트 모습(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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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들이 정해놓은 시세보다 낮은 매물을 취급했다고 허위 매물 업소로 낙인찍혔어요. 정상적인 매물을 광고해도 밤낮없이 걸려오는 항의 전화와 허위 신고로 인해 결국 광고를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기 하남시의 A단지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는 “(작전세력에 의해) 지속적인 영업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A단지 주민들은 카카오톡에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결성한 뒤 가격을 담합했다. 이들은 “10억 원 미만으로는 팔지 말자”고 미리 시세를 정한 뒤 해당 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매물이 나오는 경우 공인중개사무소를 ‘허위매물 취급 업소’로 낙인찍었다.
이들이 개설한 오픈채팅방에서는 “2~3월 폭탄민원으로 5000 이상 업” “민원넣고 전화문자 하는거 그냥 한동안 해야할 루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약 15명 인원이 폭탄 민원과 전화 문자로 매일 확인체크해서 그래도 앞자리 10억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등의 대화가 오갔다.
허위매물 취급 업소로 낙인찍힌 공인중개사무소는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적인 매물을 내놓아도 포털사이트에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가 들어갔고, 시청에 집단 민원이 접수됐다.
담합 행위를 주도한 주민 C씨는 2023년 7억8700만원에 해당 단지의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3년 뒤인 올해 2월 10억8000만원에 매도해 3억7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이처럼 조직적으로 집값을 담함해 시세를 조종한 부동산 작전세력이 경기도 단속에 적발됐다. 이들은 미리 시세를 정해놓고 해당 가격 이하의 매물을 내놓는 부동산을 ‘허위 매물 업소’로 낙인찍고 집단 민원을 넣는 등의 방식으로 집값을 끌어올렸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투기 근절에 나선 가운데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 올려온 담합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경기도는 밝혔다.
성남과 용인에서도 하남과 비슷한 사례가 적발됐다. 성남의 D단지에서는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가격을 담합하고 해당 가격 밑으로 나온 매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리스트까지 만들었다.
주민들은 리스트에 기재된 공인중개사에 대해선 허위매물 신고를 지속했다. 특히 이 아파트 주민들은 자신들끼리 순번을 정해 직접 리스트에 오른 공인중개사를 찾아가 고객인 것처럼 행세하며 해당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방해하기도 했다.
용인시 지역에서는 공인중개사들의 ‘친목회(사설 모임)’를 통한 카르텔 형성 행위가 적발됐다. 이들은 친목회를 만들고 비회원과는 공동중개를 거부하는 등 배타적인 영업 행태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부터 ‘부동산수사TF팀’을 발족해 전담수사팀이 조직적 집값 담합 행위에 대해 집중수사를 벌인 결과 이같은 사례들을 적발했다. 현재 확보된 증거(채팅방 대화 내역, 민원 접수 로그 등)를 바탕으로 담합을 주도한 핵심 용의자 4명을 이달말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부동산 담합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제보채널을 마련하고 ‘신고포상제’와 ‘자진신고 감면제(리니언시)’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부동산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를 통해 결정적 증거를 제보한 공익 신고자에게 최대 5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리니언시’를 통해 부동산 실거래가격을 허위로 신고했더라도 조사 시작 전 자진 신고할 경우 과태료를 전액 면제하고, 조사가 시작된 후라도 신고하면 50%를 감면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집값 담합행위, 전세사기, 토지거래허가구역내 부정 허가 등 부동산 시장을 위협하는 3대 불법행위를 집중 수사해 시장교란 세력을 완전히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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