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공약 분석 (1) : 경제정책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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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라는 구호로 선거에 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유세 과정에서도 경제 정책을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도쿄신문이 자민당 홈페이지에 공개된 다카이치 총리의 총선 기간 연설문을 분석한 결과, 사용 빈도가 가장 높았던 단어는 ‘투자’(370회)였다. 다음은 ‘적극재정’으로 113회였다.
사나에노믹스는 △생활안전보장 및 고물가 대책 △위기관리 및 성장 투자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세 개의 기둥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 세 번째인 방위력 강화와 관련된 ‘국가 안전보장’(5회), ‘방위력’(4회), ‘개헌’(1회) 등 언급은 거의 없었다. 판세가 유리한 상황에서 굳이 논란이 될 만한 언급은 삼간 것으로 분석된다.
자민당 총선 공약집에서도 ‘강한 경제로, 웃음 가득한 생활을’이라는 제목 아래 일본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최우선적으로 강조했다.
사나에노믹스의 두 번째 기둥인 ‘위기관리 및 성장 투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조선, 양자, 바이오,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 17개 전략 분야를 선택해 집중 육성하는 한편 인재 육성, 지방 산업기반 정비 등 국가 경쟁력과 생활 안정을 지탱하는 분야에 적극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에 대한 반성과 경제안전보장 확보 필요성에서 비롯됐다. 전략 분야에 대한 투자를 민간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가 주도해 확대해 나간다는 의지도 담겼다.
시민들이 지난 9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의 닛케이225지수를 표시한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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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9일부터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것도 이들 17개 전략 분야에 해당하는 종목에 투자자들 관심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위기관리 및 성장 투자의 얼개는 새 예산안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현재 여당이 중의원(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점하고 있는데, 예산안 심의 및 처리 과정에서 이 같은 수적 우위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도 관심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일단 “정책 실현을 위해 야당 여러분의 적극적 협력을 계속 요청드리겠다”며 몸을 낮췄고 일본유신회와의 연립정권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여기에 국민민주당까지 포함해 보수 빅텐트를 치겠다는 구상도 내비치고 있다.
과감한 투자는 그러나 사실상 돈 풀기를 의미해 엔저(엔화 가치 하락)를 부추길 수 있다. 다만 미국 경기 후퇴 우려 속에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엔화는 예상과 달리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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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기금리의 대표적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도 예상 밖 움직임을 나타내는 중이다. 적극적 재정 확장, 식료품 소비세 한시적 철폐 등 ‘다카이치표’ 경제 정책이 가속화하면 일본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총선 후 오히려 다소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3일 “자민당이 압승하면서 야당이 강하게 주장했던 소비세 감세 등 정책이 수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됨에 따라 국채가 팔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선거 직전 자신의 ‘비원’이라고 말했던 소비세 감세에 실제로 나선다면,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채 금리가 오를 수 있다. 연간 5조엔(약 47조원)의 세수 감소를 대체하려면 결국 적자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일각에서는 재정 확대와 감세 정책을 펴다 단명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초당파적 국민회의에서 소비세 감세의 구체적 방안을 만들자고 야당에 호소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와 관련 “향후 일본에서는 AI·반도체·조선·양자 등 17개 전략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분야별로 한·일 간 산업협력 가능성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적극재정 기조와 재정 지속가능성 간 균형이 향후 일본의 재정 운용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다카이치 2기 내각의 대응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짚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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