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봉직, 계획 실패”…사형→무기징역
점(사실들): 1심 무기징역 선고…사형 아니다
선(맥락들): 내란 성립하는데 ‘경고성’ 양형 참작?
면(관점들): 역사적 단죄인가, 기계적 양형인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석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 인근에 도착해 경호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어제(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뿐인 해당 혐의 법정형 중 무기징역을 선고했는데요. 물리력 행사 자제·초범·공직 복무·고령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한 결과입니다. 여권과 시민사회는 “기계적 양형”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오늘 점선면은 윤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내용과 의미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점(사실들): 1심 무기징역 선고…사형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어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민주주의 훼손·대한민국 위상 하락·정치적 대립·수많은 공직자 신뢰 훼손 등 “산정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피해가 발생한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는데요. 초범·고령·공직 생활 등을 참작해 내란 특검팀이 지난달 13일 구형한 사형보다는 낮은, 무기징역을 선고한 겁니다.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은 선고 결과에 허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웃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선(맥락들): 내란 성립하는데 ‘경고성’ 논리 참작?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12·3 계엄은 내란이었다’고 확인한 점입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행정·사법 권한을 침해한다면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윤석열은 국회 기능을 마비시켜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내심 가지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성립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재판부가 계엄을 내란으로 판단한 배경에는 내란 실행 라인에 있었던 군·정보기관 핵심 증인들의 진술이 있었습니다. 특히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두 사람이 재판 내내 일관된 증언을 유지하자 윤 전 대통령은 기억력을 문제 삼거나 말꼬리를 잡는 식으로 신빙성을 흔들려 했습니다. 법원은 증언을 신뢰했고요.
다만 선고 결과는 최고형인 사형 대신 무기징역이었는데요.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사정도 보인다.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경고성 계엄’이라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양형에 참작했습니다. 또 “이 사건 범행 이전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했고, 현재 65세 비교적 고령”이라는 점도 적용했고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수뇌급 인사들도, 특검 구형보다는 낮지만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징역 30년(무기징역 구형),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징역 18년(징역 30년 구형), 조지호 전 경찰청장 징역 12년(징역 20년 구형),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징역 10년(징역 15년 구형),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징역 3년(징역 12년 구형)을 각 선고받았습니다. 증거 부족 등으로 일부 피고인은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주문을 낭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면(관점들): 역사적 단죄인가, 기계적 양형인가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법원이 12·3 계엄을 내란으로 인정한 점을 의미 있게 평가했는데요. 여권 일각에서는 사형이 선고되지 않은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사안의 중대성이 큰데 기계적으로 감형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인데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성공한 내란은 처벌 못 하고 실패한 내란은 감형해주면 도대체 내란은 어떻게 제대로 처벌하자는 건가”라고 꼬집었습니다. 지난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가 편파적이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시민사회에서도 무기징역을 역사적 단죄로 평가하면서도 형량에는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여성 농민 김후주씨(38)는 “이제야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내란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죄인 만큼 항소심에선 더 엄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참여연대 등도 계엄이 실패한 건 윤 전 대통령의 의도 때문이 아니라 시민들 덕분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검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모두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장우성 특검보는 재판 직후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면서도 “사실인정과 양형 부분에 상당한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특검은 “대한민국 형사사법에서 사형은 공동체가 재판을 통해 범죄 대응 의지와 그에 대한 신뢰를 구현하는 것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정의가 세워지기를 기대했지만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입장문에서 “(불법계엄 선포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었음에도 (재판부가)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 여부는 논의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고요.
‘12·3 계엄은 내란’이라는 사법부의 판단, “한국 최대 정치 위기 중 한 단원을 매듭짓는 사건”이라는 외신의 평가가 무색하게 선고에 엇갈린 반응이 나온 셈입니다. 논쟁은 특검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항소하면 진행될 항소심까지 이어질 텐데요. 내란특검법에 따라 항소심 결론은 오는 5월 내 나옵니다. 어떤 판결이 나와야 정의를 세우고 국민적 피해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내란죄 사건을 전담하기 위해 출범한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에 시선이 쏠립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점선면>의 다른 뉴스레터가 궁금하시다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 https://buly.kr/AEzwP5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