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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회사 관련 조사 막으려 직원이 증거인멸했다면… 법원 “처벌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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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대법원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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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의 불법행위와 관련해 직원 또한 처벌받을 수 있던 상황이라면, 직원의 증거인멸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인멸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사건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현대중공업 직원 A씨와 B씨는 회사 불법행위와 관련된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하거나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협력사지원팀 임원이었던 A씨는 2018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조선사들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직권조사 및 강력한 제재를 할 방침”이라는 얘기를 듣고, 같은 팀 팀장이던 B씨에게 하도급법 위반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지시에 따라 B씨는 직원들과 함께 조사가 예상되는 부서에 있는 자료를 삭제하고 향후 업무에 필요한 중요 자료는 별도 보관했다. 이 당시 현대중공업은 협력사 대표로부터 파견법 위반 혐의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을 당한 상태였으며, 협력사들로부터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잇달아 신고를 받은 상태였다.

    A씨 등은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인멸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자신들도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및 파견법위반을 이유로 처벌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양벌규정은 법인 또는 직원 등이 업무에 관해 위반행위를 할 경우 행위자를 벌하는 것 외에 법인 또는 개인 역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만 해당해 자신의 사건에 관한 증거인멸은 처벌되지 않기에 이 사건에서 증거인멸 혐의는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과태료 부과대상이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A씨 등이 공정위 조사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한 것이기에 형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고, 공정거래법은 조사 방해 행위를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규정할 뿐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사건을 ‘타인의 형사사건’으로 봤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와 관련된 업무를 실제 수행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고, 검찰에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자신의 업무는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김씨와 곽씨가 소속된 팀이 사건 당시 현대중공업에서 협력사지원 업무와 관련해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 이들이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실제로 형사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는지, 이들이 어떤 인식을 갖고 증거인멸 행위를 했는지 등을 면밀하게 심리해야 한다“며 ”원심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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