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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통일교 청탁’ 건진법사, 1심서 구형보다 센 징역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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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진법사, 윤석열·김건희와 통일교 상호 공생 관계 만들어"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통일교 등 각계에서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진 법사’ 전성배씨에게 1심 법원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민중기 특검이 구형한 징역 5년보다 무거운 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는 몰수하고, 전씨로부터 1억8078만6793원을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전씨는 단순 알선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체계적으로 고위공직자를 관리했다”며 “이로 인해 윤석열·김건희와 통일교는 상호 공생 관계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정교 분리라는 헌법 취지에 어긋나는 정교유착까지 이르게 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2022년 4~7월 전씨가 김 여사와 공모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백 2개와 그라프 목걸이 등 약 83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전씨는 이에 대해 “단순 전달에 불과하고 알선을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2년 4월 첫 번째 샤넬백(802만원 상당)에 대해 재판부는 “명시적 청탁은 없었더라도 묵시적 청탁의 대가로 수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통일교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원한 사실을 김 여사가 알고 있었고 가방 수수 시점이 취임 한 달 전으로 지원 요구가 명백히 예견되던 상황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여사가 처음 샤넬백을 받을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전 당선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는지도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통령 당선인은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에 있거나 가까운 시기에 공무원이 될 것이 확실한 상태”라며 알선수재죄 성립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802만원 상당의 가방은 사회통념상 의례적 선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 여사 1심 결론과는 엇갈린다. 김 여사가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청탁금지법 혐의를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첫 번째 샤넬백에 대해 “알선의 대상이 되는 청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축하’ 등 의례적 인사가 오갔을 뿐 김 여사가 구체적 청탁을 인지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날 전씨 재판부는 같은 가방을 두고 유죄로 본 것이다. 수수 당시 ‘구체적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해 두 재판부 판단이 달랐다.

    김 여사 측이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한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전씨는 수사 초기 “전달하지 않았고 분실했다”고 주장하다가, 압수수색 결과 김 여사 측이 다른 상품으로 교환한 사실이 드러나자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교환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법정에서는

    재판부는 “이는 본인과 김 여사 모두 처벌받을 것을 우려한 허위 진술”이라고 했다. 또 “전씨가 김 여사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연 5000만원 고문료를 요구하던 상황에서 목걸이를 개인적으로 착복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하고, 따로 3000만원을 챙긴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에 대해 전씨는 “기업 자문의 대가로 받는 고문료”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청탁한 날에 돈이 전달됐고, 유엔 제5사무국 유치·메콩강 프로젝트 등 통일교 측의 구체적 청탁이 있었다”며 “정당한 노무 대가가 아닌 청탁 대가”라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전씨가 박창욱 경북도의원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관련 인사 청탁에 관여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자신의 알선 행위를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전씨가 ‘정치활동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정치자금법은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정치활동하는 자가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재판부는 또 특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당 1억원이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씨가 뒤늦게 샤넬 가방 등을 임의 제출하고 일부 자백한 점은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씨가 계속 범행을 부인해 수사력이 장기간 낭비됐고, 알선 대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투고 있어 중대한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필요적 감면 사유(반드시 형을 줄여줘야 하는 사유)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전씨 측이 주장한 특가법상 ‘자수·자백에 의한 감면’ 적용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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