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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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발간된 한국법학원 학술지 ‘저스티스’에 현직 고등법원 판사가 대법원 확정 판결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법학원은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 법학교수 등 법조인 약 3만3000명이 가입한 법률가 단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종원(37·사법연수원 43기) 서울고법 인천재판부 판사는 이달 ‘규범통제 권한분장을 고려한 예외적 재판소원의 허용 범위’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헌재가 ‘초상고심’으로 변모할 수 있다”며 입법되더라도 허용 범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고법판사는 올해 2월부터 헌재에 파견 근무 중이며, 해당 논문은 파견 전 작성돼 지난달 14일 심사를 마쳤다.
박 고법판사는 논문에서 ‘법률’에 대한 심사는 헌재가, ‘명령·규칙’에 대한 심사는 대법원이 맡도록 헌법이 권한을 나눴다며 재판소원은 이러한 구조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사실상 헌재가 대법원의 명령·규칙 심사에 대한 당부를 다시 판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는 심급 구조에 따른 법원의 내부 통제를 무색하게 만들어, 당초 기대와 달리 헌재를 법원의 ‘초상고심’으로 변모하게 한다”고 했다. 헌재가 ‘법률’ 심판을 통해 ‘명령·규칙’의 위헌성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까지 통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고법판사는 이에 대해 “헌법이 설계한 규범통제 영역의 권력분립 구도를 허무는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대법원도 앞서 재판소원 도입 시 “헌재가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되고, 사법권을 포함한 모든 국가 권력의 통제 권한이 헌재에 집중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박 고법판사는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독일에서도 구체적인 헌법 침해가 있는 경우에만 청구가 인용된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기본권에 대한 고려를 완전히 누락했거나 형량을 중대하게 그르친 경우에 한해 재판소원으로 교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헌재가 재판소원으로 교정할 수 있는 것은 법원이 기본권 판단을 그르쳐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경우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재판소원이 도입돼도 헌재 심사 대상인 ‘법률’ 자체의 위헌성이 문제 되는 경우로만 엄격히 한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고법판사는 설령 법원 재판으로 기본권이 침해됐더라도 이는 재판소원의 대상이 아니라 상소나 재심 등 기존 사법 절차를 통해 교정해야 한다고 했다. 법원 판단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의 최종 심사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는 것이 우리 헌법이 정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박 고법판사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도 기본권 침해가 시정되지 않았다면, 이는 재판소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법원의 명령·규칙 심사 제도의 실효성이나 운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오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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