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저작자’와 ‘예술가’의 권리를 법률로 보호한다(제22조 제2항).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제23조 제3항).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한 국가·공공단체 및 그 공무원의 배상 책임’도 정했다(제29조 제1항). 이에 따라 국회는 저작권법을 제정해 저작자·실연자의 인격권·재산권을 보호한다. 대법원은 벽화 훼손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2012다204587).
그러나 인공지능기본법과 행동계획이 저작자와 실연자의 기본권 보호와 한계를 정한 헌법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인공지능기본법이 정의한 ‘고영향 인공지능’에는 ‘저작자와 실연자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이 포함된다(제2조). 그러나 인공지능기본법은 정부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존엄성 및 기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발·이용되고,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평가를 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만 부여(제13조 제2항, 제35조 제1항)했으며, 공공필요에 따라 저작자와 실연자의 재산권 및 인격권을 제한할 수 있는 요건 및 그 보상 방안은 규정하지 않았다.
행동계획 액션플랜 32번이 속한 ‘AI혁신 생태계 조성’ 정책 5번 전략의 제목은 ‘AI규제혁신’으로 위원회가 기본권이 AI혁신을 규제한다는 전제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규제’일 수 있는가? 기본권을 ‘규제’로 표현함은 헌법에 반하므로, ‘AI혁신을 위한 기본권 제한과 보상’으로 제목을 변경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한다. 저작권 단체들의 공동성명이 이 점을 지적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AI 학습·평가 목적의 저작물 활용은 저작권 제한의 수준을 넘어 저작권 소멸 즉 일자리 소멸의 문제를 초래하며, 이미 무명 저작자와 실연자에게는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행동계획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공정이용이나 TDM 예외는 ‘특정 저작물에 대한 시장에서의 수요 대체’ 정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우선 ‘저작권 시장 소멸’에 대응해 저작권 단체와 범용 AI 기업 간에 이용 조건을 합의한 후에야 비로소 공정이용이 개별 침해 사안에 실효성 있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 단계에서 행동계획은 공정이용 적용의 현실적 전제인 이용허락계약 체결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한때 창작에 기여함 없이 저작권 소송으로 수익을 실현하던 기업을 특허괴물(patent troll)에 빗대어 저작권 괴물이라 불렀다. 지금은 반대 상황이다. AI 기업이 카피레프트 괴물이 되지 않도록 행동계획이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박준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박준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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