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밤 서울 성수동의 한 술집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축하하기 위해 재한 이란인들이 기념 파티를 열고 있다. /윤성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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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쯤 지나자 50~60명의 이란인들이 술집을 가득 채웠다. 술집에서는 계속해서 이란 음악과 대중 가요가 흘러나왔다. 좋아하는 음악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다같이 입을 모아 따라 불렀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동그랗게 모여 춤을 추기도 했다.
이들은 전날 미국의 공습으로 인한 아야톨리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7)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 뉴스를 듣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이란인 나즈(30)씨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믿지 못하다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하루 종일 춤을 췄다”며 “이곳에서라도 기쁨을 나누기 위해 파티를 열게 됐다”고 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배포된 파티 포스터에는 ‘독재자의 몰락: 자유를 향한 위대한 발걸음!’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날 술집을 찾은 다른 이란인 여성 A(36)씨 역시 “하메네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고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2018년 한국을 찾아 직장 생활을 하다 지금은 휴직 중이다. 왜 한국에 왔느냐는 질문에 그는 “히잡 착용 등 이란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피하기 위해서”라며 “왜 남자친구를 사귀느냐, 왜 파티에 가느냐는 등 온갖 억압에 시달려 왔다”고 했다.
1일 밤 서울 성수동의 한 술집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축하하기 위해 재한 이란인들이 기념 파티를 열고 있다. /윤성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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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가 이끌어 온 이란에선 수년간 지속된 경제난과 이슬람 율법을 내세운 각종 탄압에 더해 최근에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도 이어졌다. 미 타임지 보도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에서 희생된 시민은 3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재한 이란인들 역시 서울에서 이란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날 본지가 접촉한 재한 이란인들은 하메네이 사망이 정권 교체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레자 팔레비를 다음 지도자로 기대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이날 오후 3시쯤 주한 이란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아르신 자레(35)씨는 “47년 전 팔레비 왕조가 쫓겨난 이후 독재가 이어져 왔다”며 “레자 팔레비가 돌아와야 이란에 민주주의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슬람 공화국 국기를 팔레비 왕조 시절의 황금 사자 깃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다만 외국의 공격으로 정치적 급변이 일어난 데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란 출신인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코메일 소헤일리(40)씨는 “오랫동안 이란 사람들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채 지쳐 있었고, 미국의 개입으로나마 변화가 있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미사일이 진정한 평화를 불러온 경우는 없기에 우려가 크다”고 했다.
[윤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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