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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5 (목)

    국민의힘 타고 제도권 진입 노리는 ‘아스팔트 극우’···합종연횡 속 치열한 세력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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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법원이 12·3 불법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지지자들이 선고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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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범으로 인정한 뒤에도 ‘윤 어게인’을 외쳐온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광장이나 길거리에서 집회와 시위로 정치적 주장을 하는 극우 세력)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뭉쳤고, 국민의힘을 통해 제도권 정치로 세를 확장하려 한다. 연합 전선은 구축했지만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극우’라는 한정된 시장 안에서 구독자와 수익을 두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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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선고일에 아스팔트 극우는 다시 결집했지만···현장 곳곳에서 갈등 조짐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1심 선고일이었던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는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와 ‘애국대학’ 등 아스팔트 극우 세력이 결집했다. 과거 극우단체에서 활동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상견례 같은 날”이라고 했다.

    아스팔트 극우는 12·3 내란 이후 주도권을 놓고 여러 갈래로 쪼개졌다. 양대 세력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광화문파’,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의 ‘여의도파’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부정선거론을 전면에 내건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가 부방대를 독자적으로 이끌어왔다.

    섞이지 않던 이들은 윤 전 대통령 선고날 한자리에 모였다. 황 대표와 여의도파의 ‘스피커’ 격인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가 나란히 앉았다.

    하지만 이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선고 직후 전씨가 연단에 올라 “재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외치자 연단 밑 황 대표가 일어나 대뜸 말을 끊고 “이재명 독재 타도”를 외쳤다. 그는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전씨를 향해 내려오라는 듯 손짓했고 전씨는 무시하는 듯 발언을 이어갔다. 황 대표가 다시 “이재명 독재 타도”를 지지자들과 연호하자 전씨는 불편한 듯 멈칫하며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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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기일인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집회에 참석해 선고 직후 발언 중인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의 발언을 끊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튜브 ‘황교안TV’ 갈무리


    마이크를 뺏겼던 전씨는 집회 직후 구치소에 수감된 전광훈 목사를 면회했다. 여의도파와 광화문파의 상징적 인물이 만났다. 광화문파를 이끌었던 전 목사는 과거 황 대표와는 고소·고발·비방전을 벌이는 등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전씨와 황 대표의 부방대 집회 건너편에선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가 연 집회가 따로 열렸다. 선고 시작 전 두 집회 참여자 간 갈등도 노출됐다. 신자유연대 회원들은 법원 앞 서초대로를 사이에 두고 부방대를 향해 “너희가 무슨 윤 어게인이냐” 등 소리를 질렀다. 이들은 집회 신고 과정에서 집회장소 선점을 두고도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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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우단체 부정선거부패방지대와 신자유연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기일인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서초대로를 사이에 두고 각각 집회를 열고 있다. 김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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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으로 몰려드는 아스팔트 극우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종신형을 선고받은 내란범’이 됐지만, 그를 따르던 윤 어게인 세력은 되려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아스팔트에서 국민의힘으로 눈길을 돌렸다. 주요 인사의 입당, 국민의힘 당원 확보 등으로 영향력을 키우려 시도한다.

    과거 전 목사를 방송에 출연시키는 등 긴밀히 협력했던 극우 유튜버 고성국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란 선고 전날인 지난달 18일 그는 법원 앞 신자유연대 집회를 찾아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김상진 대표는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민의힘 당원 모집 부스를 운영했다. 그가 대표인 온라인 카페 ‘국민의힘 평당원협의회’는 지난 4일 기준으로 회원수 36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서울 서초구 법원 인근에서 윤 어게인 집회를 이어온 당내 강성 지지자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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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우 성향 유튜버 고성국씨(오른쪽)가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극우단체 신자유연대가 연 무죄 촉구 집회에 참석해 참가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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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파 대표 인사 전한길씨도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난해 8월 미국으로 출국해 ‘망명하겠다’던 그는 최근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자신이 만든 부정선거론 영화를 함께 관람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전씨는 장 대표에게 ‘윤석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으름장을 놨고, 친한동훈계 등 이른바 ‘절윤’세력을 향해선 ‘엔추파도스(내부의 적)’라며 공격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는 부정선거를 주제로 토론을 했다. 이들의 발길은 모두 제도권 정치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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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가 지난해 8월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며 전날 특검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규탄하며 농성 중인 김문수 당시 당대표 후보에게 인사 후 자신에 대한 징계 소명서를 들어 보이며 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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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한 연대’에 내부 갈등은 계속···결국엔 구독자·돈 전쟁


    아스팔트 극우는 ‘파이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정된 지지자 집단을 놓고 서로 영향력을 근거로 유치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아스팔트 극우는 최근 3·1절을 앞두고 다시 뭉쳤다. 앞서 구치소 면회로 전광훈 목사와 친밀함을 과시한 전한길씨는 지난달 21일 광화문 집회에 합류했다. 지난달 25일엔 손 목사가 과거부터 크게 대립했던 전 목사를 면회했고, 손 목사의 세계로교회 인사들은 지난달 28일 광화문 집회에 대거 참석했다. 황 대표와 전씨는 지난 1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함께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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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왼쪽)와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오른쪽)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3·1절 4당 우파 대연합 집회’에 참석해 함께 행진차량에 올라 행진하고 있다. 유튜브 ‘전한길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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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완전한 결합은 아니다. 전씨는 지난달 23일 돌연 극우 유튜버 연합체인 ‘대자유총(대한자유유튜브총연합회)’ 탈퇴를 선언했다. 전씨는 “(대자유총)운영진·회원 일부가 특정 정치인(장동혁)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자는 분위기로 몰아가, 설립 취지가 이게 아니지 않냐고 이의를 제기하자 저를 배신자 취급했다”고 했다.

    광화문파로 분류되는 유튜버 신혜식씨는 최근 전 목사를 면회한 뒤 ‘광화문에 역적들을 끌어들였다’며 반발했다. 그는 “전씨 등을 광화문으로 부른 사람들은 사이비·이단”이라며 방송에서 여의도파의 광화문 진입을 연일 맹비난하고 있다.

    김종우 연세대 사회학과 연구교수는 “(보수·극우 세력이) 입당과 지지·연대 강화 등을 통해 야당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 등의 선례처럼 제도권 정당과의 결합이 한국에서도 본격화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아스팔트 극우 진영 내 다툼이 “극우·급진 우익 진영이라는 한정된 시장을 둔 필연적 ‘파이’ 다툼”이라고 했다. 그는 “인력·수익 등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것도 “제도권 진입으로 자원 동원의 폭과 용이성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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