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교민 14시간 걸려 이집트행…UAE 여행객들 육로 통해 귀국
현지 대사관들, 소극적 대처 비판에 “더 큰 위험 막기 위해 지역별 판단”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중동 지역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이 지역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부 여행객과 재외국민은 항공로가 막히자 육로로 주변국까지 이동해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경향신문은 3~5일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가족과 함께 대피한 안휘경씨(30), 대학생 이모씨와 카타르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씨(27),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여행 중 한국으로 돌아온 A씨를 인터뷰했다. 안씨와 김씨는 전화로, 이씨와 A씨는 SNS 메시지로 인터뷰에 응했다.이들은 “잦은 미사일 격추음에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했다.
카타르에 사는 김씨는 “하루에도 5~6번 미사일 요격음이 들리면서 땅이 울리고 창문도 흔들린다”며 “위층에서 의자를 끌거나 문을 닫는 소음도 폭격음처럼 들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회사 동료 중에는 해고를 각오하고 한국행을 택한 이들도 있다.
주카타르 한국대사관은 전쟁 발발과 함께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외출을 자제해달라” “미군 관련 시설과 인근에 절대 접근하지 말라”고 공지하며 위험 지역 위치를 안내했다. 그러나 대피 관련 안내는 4일에야 나왔다. 김씨는 “대사관에서 주는 정보가 카타르 재난문자를 번역한 수준이고 현황 조사도 늦었던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UAE를 여행 중이던 A씨는 오만과 태국, 라오스를 거쳐 5일 한국에 도착했다. A씨는 “UAE에서 오만으로 육로를 통해 이동하는 데 4명에 80만원이 들었고, 방콕행 비행기를 타는 데도 1인당 400만원이나 들었다”며 “국가에서 제공한 정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사는 한국인들은 아예 피란길에 올랐다. 대학생 이씨는 지난달 28일 전쟁이 발발한 당일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의 피란 관련 공지를 받고 지난 3일 집을 나섰다. 이씨는 “전쟁 위협이 가장 덜한 지역이라 대사관에서 이집트를 대피처로 결정한 것 같다”며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는 이집트에 머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교외 지역에 사는 안씨는 전쟁 발발 다음날인 지난 1일 대사관 도움 없이 남편, 두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안씨는 “이번에는 전쟁이 꼭 날 것”이라는 이스라엘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3주 전부터 짐을 꾸려뒀다고 했다.
전쟁이 시작된 후 이스라엘에서는 5~20분 간격으로 사이렌이 울렸고 안씨 가족은 아파트 방공호로 대피해야 했다. 안씨는 “아이들에게는 ‘숨바꼭질하러 가자’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육로로 총 14시간을 이동해 이집트에 도착했다. 안씨는 “이집트 국경에 관광차 이스라엘을 찾았던 사람들을 포함한 피란민이 너무 많아서 북새통을 이뤘다”며 “비자를 받는 데 3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호텔도 금방 예약이 꽉 찼다”고 말했다.
안씨는 “이스라엘에서 전쟁이 나면 이웃 가정의 남편이 징집되고,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들을 자주 본다”며 “나도 아들이 있는데 전쟁에 불려가서 다치거나 죽으면 너무 힘들 것 같다. 전쟁이 빨리 끝나고 평화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공습 직전·직후에 피란하라고 안내할 경우 시민들을 더 큰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지역별 판단을 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주카타르대사관은 지난달 28일 공격 발생 당일에만 4차례에 걸쳐 안전 공지를 한 뒤 수시로 현지 국민과 필요한 소통을 해왔다”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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