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노태악 대법관 퇴임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등이 손뼉을 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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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지난해 민사·가사·행정사건 10건 중 7건은 심리불속행 기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래 심리불속행 기각률은 줄곧 70%대다. 2030년까지 대법관을 12명 더 늘리기로 하면서 대법원 문턱을 낮춰 심리불속행 기각률도 떨어뜨릴 수 있을 지 이목이 쏠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해 처리한 민사·가사·행정 사건 1만6967건 가운데 1만2051건(71.0%)을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했다.
2017년 77.4%였던 심리불속행 기각률은 꾸준히 감소하다 2021년 74.2%로 소폭 증가한 뒤 다시 감소했다. 과거보다 심리불속행 기각률은 줄었지만 지난 9년 동안 70%대는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에 올라간 사건 10건 중 7건은 정식 재판을 받지도 못하고 기각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지난해 민사 본안사건 1만2360건 가운데 8451건(68.4%)을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했다. 이는 소권 남용인의 소송을 뺀 통계다. 행정·가사 사건의 심리불속행 기각률은 민사 사건보다 높다. 지난해 행정 본안사건은 3934건 중 3023건(76.8%)이, 가사 본안사건은 673건 중 577건(85.7%건)이 심리불속행 기각됐다.
심리불속행은 민사, 가사, 행정 사건에서 상고 이유에 중대한 법령 위반 사항이 없으면 재판부가 심리를 속행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법원 재판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1994년 도입됐는데 이제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시행 초기인 1995년 연간 대법관 1인당 사건 수는 900건대였는데 지금은 3000건을 넘어섰다. 대법원이 증가하는 상고심 사건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해소하면서, ‘재판이 부실하다’는 불만이 쌓였다.
대법관 증원안도 이러한 불만을 동력원으로 추진됐다.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대법관을 4명씩 증원하도록 했다. 대법관 12명을 더 늘려 대법원의 상고심 적체를 해결하고, 충실한 재판을 하겠다는 취지다.
서영교 의원은 “대법원 사건의 상당수가 심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기각되는 현실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고, 국민이 제대로 재판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관이 늘어난 이후에는 범죄자는 제대로 처벌하고 억울한 국민이 없도록 더 꼼꼼히 살피는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대법원도 국민의 권리 보장이라는 본연의 책무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재판부에서 근무하는 대법관이 현행 12명에서 24명으로 2배 늘어나더라도, 심리불속행 기각률이 이에 비례해 큰 폭으로 낮아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법원이 ‘정책법원’과 ‘재판업무’ 사이 역할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법원으로서 중요 사건에 대한 판례 변경이나 법률 해석에 초점을 맞춘다면, 개별 대법관들이 심리하는 사건 수는 크게 늘지 않아 심리불속행 기각률이 유의미하게 떨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지법의 A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정책 법원의 역할과 3심 법원의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따라 심리불속행 기각률이 달라질 수 있다”며 “국민이 사실심 재판을 한 번 더 받길 원한다면, 3심을 별도로 담당하는 상고법원 설치가 더 나은 대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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