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서민의 시사 구충제]
조명현씨와 박정훈 준장
내부고발자의 판이한 결말
일러스트=유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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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시작 전날인 지난달 13일 밤,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조명현씨. 설 잘 보내라는 안부 전화라고 했지만, 받고 나서 한참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 법카 사건의 제보자인 그가 현 정권이 들어선 후 얼마나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지가 생각나서였다.
그의 시련이 시작된 것은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말, ‘전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라는 호칭으로 나간 SBS 보도가 최초였다. 이후 소고기·복요리·초밥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9개월간의 전화 녹취록과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 증빙자료가 있기에 반박이 어려울 정도였다. 그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보다 24만7000표를 더 얻었으니, 그 폭로가 없었다면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부터 시작됐을 수도 있었으리라.
문제는 폭로 이후 조씨의 삶. 뉴스 보도 이후 보복이 두려워 숨어다녔던 그의 은둔 생활은 대선이 끝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도 모를 만한 장소에 집을 구해 급히 이사했고, 생계를 잇기 위해 선택한 일은 야간 택배였다. “택배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팔 근육, 등 근육이 찢어져 몸까지 다쳤다. 체중도 15㎏ 가까이 빠졌다.”(‘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 중) 그 와중에도 그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정의 부름에 응했고 온 힘을 다해 진술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송치했다. “법인카드 사적 사용에 대한 연결고리가 이 대표와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 폭로만 하면 나머지는 법 집행기관에서 다 알아서 해줄 거라 믿었던 조씨에게 경찰의 불송치는 큰 충격이었으리라. 그래서 조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대통령을 부패행위로 신고하고, 그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언론인터뷰에 나선다. “사람들은 경기도 법카를 유용한 사람이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이 대표가 주범입니다.” 이 대통령과 연관된 일제샴푸·샌드위치·과일 등의 사진이 뉴스에 나왔다. 희한한 점은 이 사진들 역시 조씨가 진작에 경찰에 제공했다는 것. 그런데도 경찰은 이 대통령을 불송치했다.
조씨의 원맨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원지검이 청구한 경기도청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이 기각했을 때 수원지법 앞에 나가 1인 시위를 했고, 국정감사 때는 권익위 국감의 참고인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출석이 불발되자 조씨는 자기 얼굴을 드러낸 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거짓말보다 바른말이 편하다’던 이 대표는 이제는 진실을 말해 진정 편해지시기 바랍니다.” 이런 조씨의 노력에 부응하듯 권익위는 경찰이 무시한 이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확인해 검찰에 이첩했고 검찰은 1억여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로 기소한다. 여기서도 희한한 점이 발견되는데, 김 여사는 기소유예했다는 것(공직선거법 위반만 기소). 그런데도 언론은 물론 국민의힘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기소된 지 2주가 지났을 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고 그로 인해 탄핵된다. 이후 이 대통령이 당선됐고, 재판은 중지됐다. 조씨가 지금 느끼는 공포감은 얼마나 클까? 그가 지난 총선 때 국힘 비례대표를 신청한 데는 신변보호 차원도 있었을 테지만, 국힘은 이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할 그를 외면했고, 그때 당선된 108명의 의원 중 그에게 보좌관 자리를 준 이조차 없었다. 그는 지금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여전히 두려움에 떨면서 산다.
좌파의 내부고발자는 좀 다를까.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준장(당시 대령)은 2023년 수해 때 인명구조에 나섰다 숨진 채 상병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VIP의 격노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박 단장은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려 했지만, VIP의 격노로 자신은 보직 해임됐고, 국방부가 사실관계만 정리해 넘겼다는 것이다. 그가 내놓은 증거는 해병대사령관과의 통화 녹취 파일이 거의 전부로, 조씨가 ‘법카 제보’ 때 내놓은 자료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빌미로 파상공세를 펼친다. 폭로 1주 후 민주당은 이종섭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관련자들을 공수처에 고발했으며 그로부터 이틀 후 특검법을 발의하고 총선 후 특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대통령더러 이를 수용하라며 장외집회를 열었고, 대통령이 거부하자 두 번이나 더 특검법을 발의한다.
보복이 두려워 이름과 얼굴을 숨긴 채 살았던 조씨와 달리 박 단장은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출석해 이렇게 말한다.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 이 모든 게 꼬이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고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 특검과 별개로 국정조사도 줄기차게 요구하는 등 민주당은 공격을 이어갔고, 그 결과 특검에 찬성하는 여론은 63%에 달했다.
정권이 바뀐 뒤 채 상병 특검이 시작된 것은 예정된 수순. 물론 특검 수사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건 거의 없어 보이지만, 민주당이 상당한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박 단장 역시 승승장구 중이다. 명령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군인이 항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군검찰은 항소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이 이를 취하하면서 그의 무죄가 확정됐고, 오히려 박 단장의 항명죄를 담당한 군검찰 인사들이 특검에 의해 기소된 상태다. 게다가 그는 1월 장성급 인사 때 해병대 군사경찰 병과에서 처음으로 준장이 됐다. 좌파를 위한 내부고발은 이렇게 달달하다.
그래서일까. 조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공익제보를 한다면 뭐라고 조언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릴 것이다.” 그의 말 앞부분에 생략됐을 말을 대신 더하면 이렇지 않을까. “보수 공익제보는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릴 것이다.”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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