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3 (금)

    여성 광복군 후손, 美 일리노이주 ‘곳간지기’ 도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할리 김, 회계감사관 선거 출마

    조선일보

    11월 있을 미국 일리노이주 감사관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계 할리 김. /할리 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으로 건너온 부모 세대가 밑바닥에서 노력해 자식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면, 이제 다음 세대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입니다.”

    오는 11월 미국 일리노이주 회계감사관 선거에 도전하는 한국계 할리 김(46)은 최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K팝과 K뷰티 같은 한국 문화가 미국에서 전성기를 맞은 지금 K정치인도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에 진출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한국계가 많아져야 한다는 취지다. 주민 투표로 선출되는 감사관은 주정부의 재정투명성을 위해 지출, 회계, 자산 등을 감사하는 최고책임자로 기업의 ‘재무총괄책임자(CFO)’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인구 약 1200만명의 일리노이 주 권력 서열 5위이자 돈의 ‘수도꼭지’를 쥔 요직이다. 임기는 4년이다.

    김씨는 “한국계는 어려서부터 늘 ‘참아야 한다’고 배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공정한 일이 있을 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코리아타운에서 복사기, 타자기를 파는 작은 가게를 운영한 부모님이 지역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 의식을 키웠다”고 했다.

    김씨의 외증조할머니는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을 했던 ‘여성 1호 광복군’ 신정숙(1910~1997) 애국지사다. 광복군 여성 군번 1호로 김구 선생 비서 등을 지냈다. 김씨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외할아버지에게 신 지사가 해방을 위해 싸운 모습을 전해 듣고 대전 현충원을 찾았다. 그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투혼이 내 혈관에도 흐르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2019년 일리노이 레이크카운티 재무관으로 당선돼 7년을 일했다. 17일 민주당 후보 선출을 위한 프라이머리(경선)를 앞둔 그는 유력 정치인과의 연줄을 강조하는 다른 후보에 맞서 재정 분야에서 일해본 경력을 부각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에 신분을 도용당해서 신용이 망가진 경험도 있어요. 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자주 일어나지만 다들 이야기하기 꺼리는 일이죠. 이런 경험을 통해 재정적인 어려움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재산을 보호하고자 이 일에 나섰습니다.”

    김씨는 “시골 맥도날드에 가도 방탄소년단(BTS) 사진이 붙어 있고, 아이들과 학부모 사이에선 ‘K팝 데몬 헌터스’가 가장 인기 있는 화제”라며 “한국 문화의 인기가 절정에 이른 지금이 K정치인이 등장할 적기”라고도 했다. 현재 미 연방 하원에는 한국계 의원이 4명 있고, 2024년엔 한국계 최초 상원의원도 나왔다. 그러나 김씨는 “여전히 미국에서 한국계의 목소리는 충분히 들리지 않고 있다”며 “선출직을 꿈꾸는 젊은 한국계 청년들을 위해 기꺼이 멘토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