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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2 (목)

    [사설] 정은경 ‘이물질 코로나 백신’ 해명, 이렇게 넘어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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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2025년 6월 광주광역시 북구보건소 접종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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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1~2024년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때 접종 책임자였던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당시 일부 이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백신이 접종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사과했다. 정 장관은 “미흡한 부분이 있었고 개선이 필요하다”며 “방역 책임자로서 국민께 송구하고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지 보름 만에 사과한 것이다. 책임을 질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 한 형식적 해명일 뿐이다.

    당시 질병관리청은 코로나 백신에 이물질이 있다는 신고를 무려 1285건이나 받았다. 그중 곰팡이·머리카락·이산화규소 등이 나온 127건은 백신 제조 과정에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일이 생기면 우선 식약처에 통보하고 같은 조건에서 만든 ‘동일 제조번호 백신’은 접종을 보류하고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상식이고 그동안의 절차였다. 그런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식약처에 통보하지 않고 제조사에만 알려주었고, 동일 제조번호 백신 1420만회분에 대한 접종도 중단하지 않았다. 제조사의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는 이미 해당 백신을 다 접종한 후였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 장관은 “대부분 이물질이 고무마개 조각이나 응집 물질이라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고 해명했다. 과학적 조사 없이 어떻게 단정하나. 심각한 이물질이었으면 국민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일본은 2021년 코로나 백신에서 금속성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나오자 동일 제조번호 백신 163만회분을 폐기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때 이물질이 나오자 동일 제조번호 분량 61만5000회분을 회수한 바 있다. 그런데 정 장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최소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물질이 나온 동일 제조번호 백신을 계속 접종하게 했는지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정 장관 위에서 지시했을 수도 있다. 또 이물질이 나온 백신과 동일 제조 번호 백신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일반 백신을 맞았을 때와 이상 반응 차이는 어느 정도였는지도 확인해 밝힐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백신 음모론이 퍼져 있는 상황이다. 어물쩍 넘어가면 다음 팬데믹이 왔을 때 국민이 백신과 관련한 정부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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