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톤먼트(Atone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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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猜忌)는 타인의 행복을 증오하고 사랑을 왜곡하는 죄악입니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가 원작인 ‘어톤먼트(Atonement·사진)’는 시기심이 촉발한 거짓말과 비극의 서사입니다. ‘거짓말은 진실을 알아야 할 누군가의 권리를 훔치는 죄악(Lying is stealing someone’s right to the truth)’이지요. 거짓말이 도둑질인 이유입니다.
1935년 영국. 귀족 가문 문학 소녀 브라이오니가 하인의 아들 로비에게 집착합니다. 이성에 근거하지 않은 눈먼 짝사랑입니다. 로비와 언니 세실리아의 밀애를 훔쳐보고 충격받은 그녀는 사촌이 강간당하자 경찰에 범인을 특정합니다. “로비예요.” 옥살이하다가 2차 세계대전에 내던져지는 로비. 그가 운명의 연인과 재회할 즈음 브라이오니가 찾아가 언니에게 자백합니다. “범인은 로비가 아냐.” 이때 사랑 흔적이 그득한 침실에서 로비가 나와 핏발 선 눈으로 명령합니다. “위증을 바로잡고 공증받아.” 그녀가 꼭 따르겠다고 약속합니다.
거짓말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이성을 악마적 흉기로 써서 상대의 영혼을 파괴하는 죄악입니다. 이 때문에 단테는 ‘신곡’의 ‘지옥 편’에서 거짓말한 자를 형벌이 가장 센 곳에 떨어트렸지요. 대단원은 혈관성 치매를 앓는 소설가 브라이오니의 1999년 방송 인터뷰. 어떤 결말로 작품을 끝낼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이 절대적 권력자가 충격적 비밀을 고백하는데….
‘속죄의 첫 단계는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다(The beginning of atonement is the sense of its necessity)’. 시인 바이런 경의 명구로, 이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에 언니를 만나 자백한 브라이오니. 이후 그녀는 로비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죄를 씻었을까요? 자전 소설 ‘속죄’를 탈고한 직후 노작가가 인터뷰에서 털어놓는 말은 귀를 의심케 합니다. “재회 장면은 허구예요.” 끔찍한 불행에 빠트리고도 끝내 직접 용서받지 않은 그녀는 어쩌면 하늘이 내린 벌을 받은 것 아닐까요.
[이미도 작가·외화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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