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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2 (목)

    [조진서의 숫자와 세상] [23] 여자 축구의 재미, 통계로 측정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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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2일(현지시간) 호주 골드코스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3-0 승리를 거뒀다. 김혜리가 페널티킥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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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호주에서 2026년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 참가 중인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관행적으로 남자 팀에만 제공하던 비즈니스석 항공편을 여자 팀에도 제공해 달라고 선수들이 요구한 것이었다. 이에 더해, 다른 나라 대표팀의 럭셔리 브랜드 단복을 보고 부러워한 전 국가대표 선수의 SNS 글도 노이즈를 일으켰다. 이게 왜 시빗거리가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선수들을 비난하는 일부 네티즌의 논리는 ‘여자 축구는 재미도 없고 관중도 없는데 왜 대접을 받으려 하느냐’는 것이었다.

    정말 여자 축구는 태생적으로 재미가 없는 스포츠일까. 이를 정량적으로 풀어낸 논문이 최근 통계학 학술지에 실렸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대와 그리스 아테네경제경영대 학자들이 쓴 것이다.

    우선 숫자로 본 여자 축구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3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경기당 평균 관중은 약 3만명, 경기장 점유율은 85%였다. 결승전은 7만5000명이 찾았다. 2022년 UEFA 여자 유로 결승전이 열린 런던 웸블리 구장에는 8만7000여 명이 들어왔다. 또 국제축구연맹에 등록된 세계 여자 축구 선수의 수는 2019년 대비 25% 증가해 1660만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경기의 재미는 어떻게 판정할 수 있을까? 연구진은 2024~2025 시즌 유럽 5대 축구 리그(잉글랜드,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남자부와 여자부 경기 내용을 비교해봤다. 비전문가의 예상과는 달리 독일 분데스리가를 제외한 4개 리그에서 여자 축구가 남자 축구보다 골이 더 많이 나왔다. 자연히 0대0 무승부도 드물었다. 경고와 퇴장은 남자부가 많았다.

    점수 차이도 남자부보다 여자부에서 더 크게 벌어졌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전통적으로 축구 통계에 쓰이는 푸아송 분포로 분석해보니 여자 축구에서는 팀별 골의 분산이 남자 축구보다 컸다. 이는 강팀이 대량 득점을 하거나, 약팀이 강팀을 잡는 등의 이벤트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축구의 재미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다만 여자부는 두 팀의 득점 간 음의 상관관계도 강했다. 즉, 한 팀이 많은 골을 넣으면 다른 팀이 골을 못 넣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경기가 한 번 벌어지기 시작하면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빈도가 높다는 뜻이다.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남녀 축구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농구나 배구처럼 경기 구조 자체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각자 나름의 재미가 있다. 실제로 경기장에서 나타나는 인기도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 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남자 축구에 비해 역사가 훨씬 짧은 여자 축구지만 이젠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모습이다.

    투자는 현 매출액이 아니라 미래의 잠재력을 보고 하는 것이다.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부터 비즈니스석에 탑승했다. 꼭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팀은 조별 리그에서 2승 1무를 거둬 1위로 통과했다. 14일 저녁 6시에 시작하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도 선전을 기원한다. 앞서 소개한 통계 분석에 따르면, 초반부터 기선을 잡는 게 중요하다.

    ‘조진서의 숫자와 세상’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과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조진서 외신 뉴스레터 '오호츠크 리포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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