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대개혁위 면담 후 뒤늦게 ‘재입국 허용’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A씨(31)가 2023년 강원 양구군 한 사과 과수원에서 일하던 모습. A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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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한국에 다시 입국하려다 거절당한 필리핀 출신 계절노동자들이 뒤늦게 입국할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고용주인 농장주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는 등 이유로 이들의 재입국을 승인하지 않다가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와 논의한 끝에 허가하기로 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최근 사회대개혁위와 면담한 뒤 ‘강원 양구군에서 임금 일부를 체납 당한 뒤 이를 해결하려고 한국에 돌아오려던 필리핀 계절노동자들’의 재입국을 허용키로 했다.
지난해 여름까지 양구군에서 일했던 필리핀 노동자 91명은 취업알선 업체 측이 이들의 임금을 가로채면서 약 2억원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에 “업체가 가로챈 임금을 돌려달라”는 진정을 냈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필리핀으로 돌아간 이들은 법무부에 ‘특별 체류자격’을 요청했다. 떼인 임금을 받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직접 해결에 나서기 위해서였다.
법무부는 지난 1월 ‘농장주 추천을 받아야 입국할 수 있다’고만 안내했다. ‘돈을 떼인 사람’이 ‘돈을 떼먹은 사람’에게서 다시 추천을 받아 입국하라고 안내한 셈이다.
필리핀 노동자 측은 “인신매매 피해에 따른 수사대응·피해 지원을 위해 입국할 수 있게 특별 체류자격을 부여해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인신매매방지법상 인신매매는 사람을 사고파는 것뿐 아니라 취약한 상태를 이용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위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법무부는 ‘기관을 통해 인신매매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이를 다시 거절했다. 현행법상 해외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법무부가 불가능한 방법을 안내한 것이다. 이들은 입국하지 못해 경찰의 피해자 조사나 민사소송을 위한 자료 준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 [단독]법적 대응하려면 입국해야 하는데···임금 떼인 필리핀 노동자, 또 입국 거절당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031409001
이 같은 상황을 알게 된 사회대개혁위가 지난 2월 초 법무부 측에 면담을 요청했고 법무부가 응하면서 지난 6일 양측과 양구군 등이 참여한 간담회가 열렸다. 법무부는 이 자리에서 이들에게 단기비자(C-3)를 제공하기로 하고 입국을 허용키로 했다. 또 입국 후 이들의 비자를 난민신청자·인도적체류자 등에게 제공되는 G-1비자로 전환해 국내 체류와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사회대개혁위는 이들 외에도 비슷한 피해를 본 외국인 계절노동자가 총 1000여명에 달하고, 전체 피해액도 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와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다.
피해 노동자들을 대리하는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뒤늦게나마 입국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법무부 결정에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절노동자 제도 시행 전부터 이 같은 피해가 우려됐다”라며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했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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