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딥테크 초기 단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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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직접 투자 확대
국내 벤처 투자사 SBVA는 지난 11일 메타 수석 AI 과학자 출신으로 ‘AI 대부’로 불리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설립한 AI 연구소 ‘AMI랩스’에 약 5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AMI는 총 10억3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발표했으며, 이 과정에 국내 VC가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 것이다. 이번 라운드에는 제프 베이조스의 베이조스 익스페디션스, 엔비디아, 싱가포르 국부 펀드 테마섹 등 글로벌 자본도 함께 참여했다.
그동안 한국 VC들은 ‘톱티어’ 스타트업 초기 투자에서 글로벌 대형 VC에 밀려 후행 투자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SBVA는 초기 단계부터 진입해 투자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준표 SBVA 대표는 “단순한 재무 투자에 그치지 않고 한국 제조 생태계와 글로벌 딥테크 원천 기술을 연결하는 마중물 성격을 띤다”고 말했다.
SBVA는 이번 투자를 위해 별도 펀드를 조성했으며 두산과 쿠팡이 유한 책임 투자자(LP)로 참여했다. AMI가 개발 중인 ‘월드 모델(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AI 모델)’ 기반 피지컬 AI와 에이전트 AI는 로봇공학과 첨단 제조 현장 등 실제 산업 환경에서의 실증이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한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로보틱스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보유해 산업적 연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AMI 측은 “SBVA의 합류는 단순 재무 투자를 넘어 한국 등 아시아 전역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변화하는 글로벌 투자
해외 딥테크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도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최대 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글로벌 테크 기업의 비상장 지분을 선제 확보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 1000만달러를 투자해 주목받았다. 기업 가치가 수백조 원에 이르는 글로벌 선도 기업의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앞서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기존 투자자 지분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주 발행 라운드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주주의 지분을 사들이는 구주(Secondary) 거래를 통해 핵심 기술 기업의 주주 기반에 진입한 것이다.
운용 자산 약 29조원 규모의 대한지방행정공제회(POBA)도 지난달 실리콘밸리 대표 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펀드에 5000만달러를 직접 출자했다. 국내 기관투자가가 재간접 펀드 대신 글로벌 톱티어 운용사에 직접 자금을 투입한 사례로, 공동 투자(Co-investment) 기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과정에는 약 2년간의 협의와 물밑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자본의 전략적 진화로 평가한다. 단기 수익을 넘어 딥테크 트렌드를 조기에 포착하고 핵심 투자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최상위 자본에 비해 자금력이 제한적인 만큼 확보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산업과의 실질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로 지적된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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