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서 20대女 흉기 찔려 사망
지난 2021년 10월 제주시 연동의 한 주택에서 열린 신변 보호용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 시연회에서 경찰이 신변보호대상자가 CCTV를 통해 침입자를 확인,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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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에서 40대 남성이 스토킹하던 20대 여성을 살해했다. 범행 장소는 여성의 직장 근처였다. 이 여성은 경찰이 준 스마트워치를 눌러 구조 요청을 했지만 변을 당했다. 두 사람은 과거 사실혼 관계였고 여성이 경찰에 네 차례 가정 폭력과 스토킹 신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찰은 스마트워치만 지급했을 뿐 전자발찌 부착, 유치장 구금 등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안이하게 대응해 또 피해자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15일 남양주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4일 오전 8시 58분쯤 남양주시 오남읍 오남저수지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20대 여성 B씨가 자신의 차 안에서 흉기에 찔려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B씨는 사건 발생 2분 전인 오전 8시 56분쯤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로 구조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전 9시 3분쯤 출동한 경찰과 소방이 B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방범 카메라 영상 등을 분석해 B씨를 스토킹해 온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고 1시간쯤 뒤인 10시 8분쯤 경기 양평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A씨는 자신의 차 안에서 소주와 약을 먹고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의 직장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자신의 차량으로 B씨의 차량을 가로막은 뒤 유리창을 깨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이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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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던 A씨는 범행 직후 전자발찌를 잘라낸 뒤 도주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전자발찌는 해당 성범죄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연동돼 있어 이번에는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고 했다.
B씨는 작년 5월 11일 사실혼 관계였던 A씨를 가정폭력 혐의로 신고했다. A씨는 같은 달 26일 특수상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당시 법원은 100m 이내 접근 금지, 통화·메시지 전송 금지 등 ‘가정폭력 임시조치’ 2·3호를 내렸다. 경찰은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B씨 집과 직장에 대한 순찰을 강화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두 달 뒤인 7월 10일 종료됐다. 경찰 관계자는 “임시 조치는 일반적으로 한 달간이며 당시 B씨의 요청에 따라 한 달 더 연장했다”며 “이후에는 B씨의 요청이나 신고가 없었다”고 했다.
이후 B씨는 올해 1월 22일 경찰서를 찾아 A씨가 또 찾아온다며 신변 보호 조치를 요청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다시 지급하고 B씨 집과 직장에 대한 순찰을 강화했다. 그러던 중 B씨는 같은 달 28일 자신의 차량에서 A씨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 추적 장치가 발견됐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2월 2일 A씨를 스토킹 등 혐의로 고소했고, 법원은 A씨에게 ‘스토킹 잠정 조치’ 1∼3호를 내렸다. 1호는 서면 경고, 2호는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통화·문자메시지 전송 등 금지 조치다. A씨는 이미 B씨를 다치게 해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지만 경찰은 전자발찌 부착, 유치장 구금 신청 등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달 경찰의 두 차례 소환 통보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달 21일 B씨가 A씨를 또 신고하자 경기북부경찰청이 나섰다. 경기북부경찰청은 A씨의 스토킹 사건을 수사 중이던 구리경찰서에 유치장 구금과 구속영장을 신청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구리경찰서는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B씨 차에서 발견된 위치 추적 장치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한 상태”라며 “감정 결과가 나오면 검찰에 유치장 구금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과수 감정 결과는 보통 1~2개월 뒤에 나오는데 그동안 추가 조치도 없이 A씨가 활보하게 놔둔 셈”이라며 “전자발찌라도 채워서 A씨의 동선을 파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범죄가 잇따르자 국회는 2023년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해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수사 당국이 가해자 구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도입한 조치다. 전자발찌를 찬 가해자가 피해자 반경 2㎞ 이내에 접근하면 경찰에 경보가 울린다. 피해자 휴대전화에도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가해자의 위치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경찰은 이날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스토킹·가정폭력 범죄를 전부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A씨가 의식을 찾으면 구체적인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남양주=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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