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출근길 막고 흉기 휘둘러… 정신과 약 준비, 체포되자 “의식 없어”
피해자, 10개월전부터 폭행 등 신고… 경찰, 구속수사 지휘에도 영장 미뤄
스마트워치 ‘접근경보’도 연동 안돼
14일 전자발찌를 찬 김모 씨(45)가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도로. 김 씨는 여성이 출근하길 기다렸다가 이곳에서 범행한 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고, 약 1시간 만에 붙잡혔다. 남양주=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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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에서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이미 10개월 전 피해자를 칼로 위협해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고, 이후에도 계속되는 스토킹으로 인해 구속 수사 대상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미루는 사이 남성은 흉기를 준비하는 등 범행을 계획했고 결국 도로 한복판에서 참극이 벌어졌다.
● 출근길 가로막고 흉기 휘둘러
경기 남양주북부경찰서는 김모 씨(45)를 살인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15일 밝혔다. 김 씨는 14일 오전 8시 58분경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도로에서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피해자의 출근길 길목에서 차를 타고 기다리다가 피해자의 차량을 가로막아 세운 뒤 운전석 유리창을 깨고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여성의 스마트워치 및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은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의 피해자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김 씨는 범행 이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고, 약 1시간 만에 양평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두 사람은 과거 사실혼 관계였고, 경찰은 피해자의 출근 동선 등을 알고 있던 김 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거 당시 김 씨의 차 안에서는 손잡이를 검은색 테이프로 칭칭 감은 흉기와 작업용 장갑, 소주 페트병 2병, 정신건강의학과 약봉지 등이 발견됐다. 약은 범행 하루 전 처방받은 것으로 김 씨는 검거 당시 소주와 함께 다량의 공황장애 치료제를 복용한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의식을 되찾으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했다. 경찰은 김 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해 흉기와 약을 준비했다고 보고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 구속 수사 지휘에도 영장 미뤄
경찰에 따르면 범행 이전에도 김 씨가 피해자를 괴롭힌다는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됐다. 김 씨는 지난해 5월 12일 피해자를 칼로 위협하는 등의 혐의(특수상해 등)로 신고돼 ‘여성의 100m 이내로 접근하거나 연락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해당 명령은 두 달여 뒤인 지난해 7월 11일 종료됐다.
이후 김 씨와 계속 동거하다가 신변에 위협을 느낀 여성은 올해 1월 22일 경찰서에 찾아갔고, 경찰은 긴급 신고를 위한 스마트워치를 전달했다. 이어 1월 28일 피해자의 차 안에서 김 씨가 몰래 부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 추적 의심 장치가 발견됐고, 2월 5일 김 씨에게 또다시 접근 및 연락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2월 21일 스토킹 피해 신고가 재차 접수되자 2월 27일 경기북부경찰청은 구리서에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유치장에 가두라’고 지휘했다. 구리서는 위치 추적 장치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었으나 그사이 김 씨는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스마트워치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피해자는 숨지기 직전인 14일 오전 8시 57분경 스마트워치의 ‘긴급 신고’ 버튼을 눌렀지만,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숨을 거뒀다. 경찰은 “김 씨의 전자발찌는 과거 다른 성범죄로 인한 것이어서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와는 연동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남양주=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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