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공연은 언급하면서도 BTS는 언급 안 해
16일 서울 광화문장에서 관계자들이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라이브 공연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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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커피 업계다. 할리스는 13일부터 22일까지 광화문광장 인근 매장 6곳에서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한 음료 ‘서울 오로라 스파클링’을 한정 판매하고 있다. 판매 날짜와 장소가 BTS 공연 일정과 겹친다는 점, 빨간색 체리 음료와 파란색 소다로 구성된 해당 음료를 저으면 BTS 팬덤인 ‘아미’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변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연 특수를 겨냥한 상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보 문구에는 BTS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K팝 공연에 맞춰 해당 매장 6곳의 운영 시간을 연장하고,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매장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공연을 언급하고 있다.
스타벅스도 비슷한 방식이다. 스타벅스는 16일부터 서울 지역 100여 매장에서 ‘서울 석양 오미자 피지오’와 ‘서울 막걸리향 콜드 브루’를 판매하고 있다. ‘서울 석양 오미자 피지오’ 역시 파란색 라임 에이드 위에 빨간색 오미자가 층을 이뤄 저으면 보라색으로 변한다. 스타벅스는 홍보 문구에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계적인 K팝 아티스트의 공연이 예정된 만큼 서울과 전통 요소를 결합해 스타벅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하면서도 BTS 이름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스타벅스가 16일 명동, 광화문 등 서울 주요 관광지 소재 매장에서 서울 특화 음료인 '서울 석양 오미자 피지오'와 '서울 막걸리향 콜드 브루'를 출시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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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공연 장소와 인접한 명동 일대에서는 ‘아미’의 상징색인 보라색을 활용한 마케팅도 이어지고 있다. 패션업체 LF는 명동에 있는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서울’ 외관 조명을 20일부터 22일까지 보라색으로 연출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명동 본점과 에비뉴엘 외벽을 보라색 조명으로 밝히는 ‘웰컴 라이트’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면세점도 명동 일대에서 보라색 테마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이 행사들 역시 홍보 자료에는 “글로벌 K팝 팬들의 서울 방문을 맞아 준비한 행사”라고만 소개됐을 뿐 BTS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유통업체들이 BTS 이름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배경 중 하나는 지식재산권(IP) 사용 비용이다. 업계에 따르면 BTS 이름을 공식적으로 활용해 단기간이라도 홍보 행사를 진행하려면 수억 원대 로열티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수 이름뿐 아니라 얼굴이나 이미지를 활용할 경우 비용은 훨씬 더 커진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BTS 이름을 정식으로 사용하려면 짧은 기간 이벤트라도 로열티 규모가 상당하다”며 “요즘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강조하는 분위기인 만큼 공식 계약을 맺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식 협업 없이 BTS를 연상시키는 마케팅을 진행할 경우 법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표현을 상당히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BTS 소속사 하이브가 자사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브는 자체 온·오프라인 단속을 통해 2024년 국내 1만3691건, 해외 27만8568건의 굿즈 등 불법 위조 상품을 적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유통업체들의 ‘BTS 없는 BTS 마케팅’ 방식을 두고 “별다른 대가 없이 BTS 인기에 편승하려는 ‘무임승차’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연 특수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비용 부담과 법적 리스크를 피하려는 기업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BTS 인기에 기대려는 것 같아 아쉬운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이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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