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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8 (수)

    “아들 죽음 책임져라” 베트남 유족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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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인1조 기본 수칙도 안 지켜진 현장서 끼임 사고로 숨진 23세 뚜안

    유족 “성실하게 협의하겠다던 회사, 대형 로펌 선임 뒤 태도 돌변”

    “사고가 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뚜안의 어머니는 아들을 잃었다는 충격에 아직도 하루에 몇번씩 의식을 잃고 쓰러집니다.” 17일 경기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뚜안의 친척 형 A씨(35)가 향을 피우며 말했다. 이곳에 이천 자갈공장 컨베이어벨트 끼임 사고로 숨진 23세 베트남 청년 뚜안의 빈소가 차려졌다. 빈소는 뚜안의 친척 형과 사촌 누나, 지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은 뚜안의 마지막 가는 길조차 함께하지 못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슬픔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산재로 다리를 다친 아버지, 고령의 할머니, 5명의 어린 동생들은 비행기 편으로 한국에 올 형편이 못 된다.

    가족들은 며칠 전 베트남 현지에서 뚜안의 장례식을 시신 없이 치렀다. A씨는 “오늘 아침 뚜안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유골과 아들이 간직했던 물건들을 챙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뚜안의 발인은 19일이다. 유골은 A씨를 통해 가족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지난 주말 사이 뚜안을 기억했던 베트남 동료 수백명이 빈소를 다녀갔다. 이날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빈소를 찾았다. 이들은 “아직 뚜안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성실하고 밝은 청년으로 기억했다. 뚜안은 축구와 영화, 게임을 좋아했다. 돈을 벌어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을 가진 20대였다. 그는 베트남에 있을 때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스무 살이 되던 2023년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국이 좋다”며 베트남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뚜안은 베트남에 있는 여덟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기도 했다. 항상 어깨가 무거웠다. 자갈공장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주휴수당과 야근수당, 추가근무수당까지 꽉꽉 채워가며 일했다. 몸이 닳도록 일해 받은 290만~300만원의 월급 중 뚜안이 손에 쥔 건 15만원 남짓이었다. 나머지는 베트남 가족들에게 송금했다.

    A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회사는 뚜안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뚜안의 유족을 대리하는 이용덕 소금꽃나무 활동가는 “성실하게 협의하겠다던 회사는 대형 로펌을 선임한 뒤 태도가 돌변했다”며 “뚜안의 죽음에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낀다면 지금이라도 성실하게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뚜안은 지난 10일 오전 2시40분쯤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라’는 지시를 받고 혼자 컨베이어벨트 아래쪽으로 들어가서 살피다가 기계에 손이 끼이며 변을 당했다. 컨베이어벨트에는 비상 스위치도, 자동정지장치도, 덮개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인1조라는 안전수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경기이주평등연대는 18일 오후 1시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업체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할 계획이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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