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편 정부안이 입법 예고된 것은 지난 1월이다. 이후 6차례 의원총회와 당정협의 등을 거치며 조금씩 수정된 정부안이 지난달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됐다. 그런데 민주당 강경파들은 정부안이 검사의 권한을 그대로 둔 것이라며 반대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다 해선 안 된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강경파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그래도 강경파들은 “대통령은 의견이 타당하다고 하면 다시 바꾸기도 한다”며 정부안 수정을 밀어붙였다. 양측이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양상에서 결국 정부안은 강경파 요구가 대부분 반영된 내용으로 바뀌었다.
애초 정부안에는 중수청 수사관이 수사 개시 때 공소청 검사에게 이를 통보하고 검사에게 입건 요구·의견 제기권 등을 부여한 조항이 있었는데 삭제됐다. 검사의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 검사의 수사관에 대한 수사 중지 및 직무 배제 요구권, 검사의 특별 사법경찰관 지휘권도 정부안에 있었지만 빠졌다. 강경파의 주장 그대로다.
정청래 대표는 정부안이 강경파 요구대로 바뀌는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청와대와 거의 직접 대화하는 수준으로 (협의)했다”며 특히 중수청법 45조(검사와의 관계)는 “청와대가 통째로 들어내자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안은 이 대통령 안이나 마찬가지인데 이것을 강경파 요구대로 바꾸는 것을 이 대통령이 했다는 뜻이 된다. 검찰 개편은 범죄 수사와 인권 보호 등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사회적 숙의는 물론 여야 합의도 거쳐야 한다. 그런 과정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여러 부처가 함께 만든 정부안조차 일부 강경파가 반대하자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그 조문 수정 작업을 청와대가 주도했다니 놀랍다.
이 대통령이 강경파를 말리는 듯하다가 결국엔 그들의 손을 들어주는 일이 너무 자주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 생각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가 없고, 대통령이 SNS에 많이 올리는 글들도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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