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경사노위 출범 토론회
“기업도 사회 안전망 투자해야”
이 대통령은 “노동자는 ‘해고는 죽음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기업은 정규직을 뽑아 놓으면 꼼짝을 못 하니까 아예 정규직을 안 뽑고 비정규직을 고용하거나 하청을 준다”며 “극단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결 방안과 관련, “이상적으로는 고용 유연성 확장”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작년 9월 한국노총·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고용 유연성에 대해 “터놓고 한번쯤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고용 유연성 확대로)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은 옳지 못하다”며 기업이 사회 안전망 구축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 입장에서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대신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사회 안전망 강화에 비용이 드는 만큼, 고용 유연화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고용장관 “산업별 임금 정보 취합해 공개할 것”
경사노위 출범 토론회에는 이재명 대통령,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 경사노위 위원이 참석했다. 대통령이 경사노위 출범 행사에 참여한 것은 2018년 이후 8년만이다.
이 대통령은 “(노사 간) 불신은 수십 년간 쌓여와 해소가 어렵다”며 “(해소의) 출발은 마주 앉아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계가 ‘이용만 당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경사노위에서 강제 표결 등은 하지 말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이 대통령의 고용 유연성 언급에 노동계는 즉시 반발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용자에 대한 대항권이 없는 한국에서 고용 유연화는 (노동자가) 자기 결정권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에서는 정리 해고와 인사 압박을 통한 구조 조정이 수시로 일어나는 등 고용이 경직돼 있지 않다”며 “사회안전망으로는 이런 것을 해소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경총 회장님이 ‘대통령께서 고용 유연성에 대해 조만간 조치하실 것 아닌가’ 기대감을 가질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그거 마음대로 안 된다”며 “노동자들이 힘을 키워야 되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공지능(AI) 발전과 관련해 “인공지능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은 기업 속성상 어쩔 수 없다”면서도 “노동자 위치가 더 불안정해질 텐데 로봇세 같은 것도 나중에 한 번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업이 채용 단계에서 임금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기업 채용에서 임금 정보는 필수 공고 항목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아주 일리가 있다”며 “예를 들어 (위·아래로) 10%를 벗어나지 않는 정도에서 공개하는 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김 장관은 “산업별 임금 정보를 취합해서 제공하고, 그걸 토대로 노사가 협상하게 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비슷한 일을 하고 차별받지 않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며 “이런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에서 임금 정보를 취합해 산업별로 표준적인 임금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노사 협상을 촉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기준은 산업별 교섭”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전국철도노조 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양대 노총이 주장해 온 ‘초기업 교섭(산별 교섭)’ 도입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초기업 교섭이 시행되면 단체 교섭 효력이 미치는 범위가 개별 업체가 아니라 동일한 산업 등으로 확대된다. 이 경우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양대 노총은 “노란봉투법 다음은 초기업 교섭”이라고 해 왔는데, 노동부가 추진하는 산업별 임금 정보 제공이 이 밑작업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부 요청에도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했다. 삼고초려하겠다고 한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은 민주노총 불참에 대해 “굉장히 아쉬운 국면”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등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 기구가 마련한 ‘AI 중심 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안’에 대해서도 “산업 경쟁력 강화에 치우쳐 있다”며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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